by강신우 기자
2022.10.25 17:15:38
가맹사업법 ‘본부 측’ 위법행위만 인정
“계열사 사고여서 법 저촉 안 될 듯”
분쟁조정 가능하지만 본부도 동의해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파리바게뜨 계열 공장의 인명사고 사태 이후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SPC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이른바 ‘호식이 방지법’이라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 법은 지난 2018년 호식이 두 마리 치킨과 미스터피자 등 ‘오너 갑질’ 사건을 계기로 한 차례 개정됐는데, 당시 법률 제11조(가맹계약서의 기재사항 등) 1항에 ‘11호’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11호는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가맹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 인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에 관한 사항’인데요.
가맹점이 본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을 가맹계약서에 넣도록 한 것입니다. 가맹계약을 법 개정 이전에 했더라도 매년 정보공개서를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가맹점이라면 누구나 해당 조항에 따라 보호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 조항에 명기된 위법행위의 주체가 ‘가맹본부 또는 본부의 임원’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인명사고가 난 경기 평택공장의 운영 주체가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이 아닌 자회사 SPL이기 때문에 해당 법에 저촉되지 않는 다는 의견이 우세한데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관계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파리바게뜨 계열 공장 인명사고 문제에 따른 피해를 가맹사업법으로 보호받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며 “가맹본부뿐만 아니라 그 계열사 등으로 규제 범위를 넓히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SPC그룹 오너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처벌받으면 ‘가맹본부의 위법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맹사업법의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넓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8년 법 개정 이후 해당 법으로 손해배상을 받은 케이스가 있었을까요. 공정위에 따르면 아직까지 1건도 없었습니다. 소송 전 대부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합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점주 측에서 공정위에 상담을 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가맹본부의 상황을 보고 다시 상담을 하겠다거나 소송 전 가맹본부와 합의를 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민사소송 등 법이 아닌 행정기관(공정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단도 있습니다. 바로 분쟁조정신청인데요. 이 경우 집단분쟁조정이나 개별분쟁조정신청이 가능합니다. 분쟁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보다는 간편하게 당사자 사이 분쟁을 조정(재판상 ‘화해’ 격)하는 장점이 있는데요. 다만 한계는 가맹점과 본부 측 모두 분쟁조정신청에 동의해야만 조정절차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