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동산원 '이중가격' 논란에 전세가 통계 바꾼다

by박종화 기자
2021.12.02 17:09:24

전세실거래가 조사서 '갱신계약' 제외 검토
임대차법 2년 앞두고 통계 왜곡 우려
부동산원 "신규 계약이 더 중요한 정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신규 계약이 재계약보다 2.2억 높아

[이데일리 하지나 박종화 기자]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세가 ‘이중가격’(신규계약과 갱신계약 간 전세보증금 차이가 나는 현상) 논란이 일자 한국부동산원이 전세 가격 통계 개편에 나선다. 전세 실거래가 지수 조사에서 갱신계약을 빼고 신규 계약으로만 통계를 잡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특히 전세 실거래가 통계 집계 방안 개편을 준비 중이다. 전세 실거래 가격지수를 계산할 때 신규 계약만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갱신 계약은 갱신율이나 임대료 증액률 등을 조사해 보조지표로만 사용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세시장에서는 계약 갱신이 얼마에 됐는지보다는 새로 전세 시장에 나온 아파트가 얼마에 계약을 체결했는지가 더 중요한 정보”라면서 “내부 검토와 개선 연구 등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원에서 조사·공표하는 전세가격지수는 크게 두 가지다. 각각 주택가격동향조사(주간 아파트 동향 포함)와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를 통해 조사한다.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선 표본 아파트에서 이뤄지는 신규 전세 계약이나 시세 변동을 기준으로 전셋값을 조사한다. 시세 포착이 어려운 경우 유사거래를 반영해 지수를 산출한다. 반면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는 신규 계약과 계약 갱신 실거래를 통합해 집계해왔다. 부동산원 측은 “전세 실거래 동향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신규 계약과 재계약을 구별하지 않고 실거래가를 조사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에선 이런 조사 방식이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말 2+2년 계약 갱신 청구권제와 5% 전·월세 증액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전세 시장에선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 계약 갱신의 경우 임대료를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지만 새로 전셋집을 내놓는 사람들은 임대료 제한을 피하려 전셋값을 높여 부르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지난달 말부터 공개한 전·월세 계약 갱신 여부 자료를 봐도 이중가격화는 뚜렷하다. 올 6~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세 계약 중 재계약은 전용면적 3.3㎡당 평균 2107만원에 체결됐다. 이 기간 신규 계약 전셋값은 전용 3.3㎡당 평균 2611만원으로 시세가 재계약보다 20% 넘게 높았다. 같은 단지에서 같은 면적 전세 신규·전세계약이 체결된 경우를 비교하면 새로 전셋집을 구하려면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보다 전셋값으로 2억2738만원을 더 줘야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에선 신규·갱신 계약 간 전셋값 격차가 10억원 넘게 벌어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선 올 8월 19억9500만원에 전용 112㎡형 전세 갱신 계약이 신고됐는데 10월 체결된 같은 면적 신규 전셋값은 32억원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20㎡형에서도 신규 계약(22억5000만원)과 재계약(12억2500만원) 간 전셋값 차이가 10억원이 넘는다.

부동산원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자칫 계약 갱신 전셋값이 전체 통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내년 7월부터는 지난 2+2년 계약 갱신까지 마친 신규 전세 매물이 임대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 물건을 5%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전세 실거래 가격지수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간 통계 신뢰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중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전셋값 이중가격 문제는 정부에 주어진 과제”라며 “이중가격 해소 문제를 포함해 내년까지 바라보는 추가 지원책을 전문가들과 짚어보고 있고 가능한 한 올해 안에 검토 결과를 발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안에서도 표준임대료제 도입 등 신규 전세 계약에까지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엔 난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계약까지 규제하지 않는 한 이중가격 현상을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정부가 전세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는 모양이 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