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비행기·노선·인력 ‘조직 슬림화’…몸값 높이기 총력

by이소현 기자
2019.04.23 17:05:53

기재축소·비수익 노선 정리·인력 생산성 제고 중점
9월 하바롭스크·사할린, 10월 시카고 3개 노선 폐지

아시아나항공 A350(사진=아시아나항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최대 1조6000억원 상당의 실탄을 확보하며 유동성 위기 고비를 넘긴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매각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를 기조로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

23일 산업은행에서 밝힌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방안 요지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자구노력으로 기재 축소와 비수익 노선 정리, 인력 생산성 제고를 중점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 슬림화’를 이뤘다”며 “이번에도 자산 매각과 노선정리, 조직개편 등 ‘3대 중점과제’를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 팀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말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다. 우선 비수익 노선을 정리했다. 히로시마, 다카마쓰, 시즈오카 등 일본지역 지선을 자회사인 에어서울로 이관했으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인도네시아 발리, 미얀마 양곤 노선 등을 단항했다.

이번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각 전에 비수익 노선으로 분류한 국제선 항공노선 3개를 올해 안에 정리한다. 9월 말까지 인천∼러시아 하바롭스크·사할린 노선을 폐지하고, 10월 말까지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사할린 노선은 평균 50~60%대 탑승률을 기록했다. 비행기를 띄우면 좌석 절반가량을 비워둔 채 운항하는 셈으로 비수익 노선으로 분류됐다.

시카고 노선은 B777 대형기를 띄웠던 노선으로 지난해 5월부터 2회 증편해 매일(주 7회) 운항했다. 이 노선은 탑승률은 평균 80%대를 기록했지만, 탑승률이 90%를 넘는 샌프란시스코와 LA 등 다른 미주노선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은 편에 속했다. 또 이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상용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했고,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석 고객이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러시아 모든 노선에서 철수하게 됐으며,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창립 30주년을 기점으로 승부수를 띄운 장거리 노선 강화 기조의 핵심이었던 미주 노선은 7개에서 6개(뉴욕, 로스앤젤레스, 사이판,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호놀룰루)로 줄어들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여객 노선은 국내 10개 도시, 국제 22개국 64개 도시를 대상으로 노선을 운항 중이다. 2020년 이후의 노선의 구조조정은 매각 주간사 및 채권단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사진=연합뉴스)
기재 축소도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자구계획 중 하나다. A380, B777 등 대형 기재를 축소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특히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대형기재인 A380은 비싼 가격과 연료비 부담, 좌석을 채울 승객 확보의 어려움이 커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에어버스 A380 6기를 도입하는데 2조원을 투입했다. 주로 금융리스(10년 할부)를 이용했는데 현재 남은 금융리스가 1조3500억원(별도기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A380을 도입한 모든 항공사들이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항공기 규모가 작아지면 그만큼 투입되는 인력이 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력 생산성을 제고하는 등 구조조정 수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차세대 중장거리 주력기인 A350의 연료 효율성을 바탕으로 장거리 노선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50 항공기를 2017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6대 도입했다. 올해 상반기 2대 도입을 완료했으며, 하반기에 2대를 추가로 도입해 1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도입한 A350 항공기는 이달 말부터 미국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3개 장거리 노선과 상하이, 싱가포르 등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한다. 올 하반기에는 호찌민, 광저우 노선에도 A350 투입을 검토한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년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진행했던 지점 통폐합과 비핵심자산 매각을 비롯해 희망퇴직, 무급 희망휴직, 임원 연봉 10%가량 반납 등도 매각 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매입과 한도대출(크레딧 라인) 8000억원, 보증 한도(Stand-by L/C) 3000억원 지원 등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아시아나항공의 안정적 경영환경 구축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항공안전과 국민편익을 책임지는 국적항공사로서의 소임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지분의 33.47%를 가진 최대주주 및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서 최대한 진정성을 갖추고, 신속히 매각을 추진해 올 12월 말까지는 매매계약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호산업은 조만간 매각 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