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짜맞은 윙클보스 형제…갈길 먼 비트코인ETF(종합)
by이정훈 기자
2018.07.27 13:41:42
상품설계 변경에도 美SEC, 또다시 승인 거절해
"가격조작 없다는 주장에 지지 안해"…투자자 보호 차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을 대표하는 ‘강세론자’로 불리며 암호화폐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윙클보스 형제가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또다시 미국 금융당국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다. 당국이 여전히 높은 가격 변동성과 미흡한 시장규율을 문제삼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ETF 출시까지 가야할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의 창업주인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가 요청한 비트코인 ETF인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의 승인을 또다시 거부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에도 비트코인 ETF 승인을 거절 당한 바 있었지만 올 6월에 일부 상품 설계를 바꿔 재신청했었다.
이날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SEC는 암호화폐시장에서의 각종 사기행위와 투자자 보호 문제를 거론하면서 “제미니 거래소를 포함한 비트코인 시장에서만은 가격 조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SEC는 올 1월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기에는 아직까지 검토해야할 심각한 투자자 보호 문제가 남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EC의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하고 있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거래는 전세계 여러 거래소에서 분산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 조작을 하기 어렵다”며 반론을 제기했지만 SEC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특히 SEC는 비트코인의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4분의3 이상이 미국 바깥에서, 또한 전체 거래대금의 95% 이상이 미국 국적이 아닌 다른 국가 거래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규제당국이 가격 형성이나 거래에 대해 모니터링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매수와 매도 호가간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다만 SEC는 이번 ETF 승인 거절이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이나 투자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지느냐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승인 거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밴엑-솔리드엑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를 비롯한 5건 정도의 비트코인 ETF 상품 승인 신청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SEC는 이들 ETF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은 9월까지 늦추기로 했다.
그러나 SEC가 암호화폐시장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이처럼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ETF 출시는 단기간 내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TF 발행을 자문하는 스트래들리 로넌 스티븐스 앤 영의 마이클 먼트 변호사는 “비트코인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규제를 통해 시장이 한 단계 진전할 때까지 SEC가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SEC의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ETF 출시까지 갈 길이 멀 듯 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