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성의 기자
2017.10.23 17:04:32
현대百 캠퍼스 리쿠르팅 전형
몸매 언급한 농담으로 구설수
이마트24, '편의점 지원'에 인턴 투입
"유통업계, 인턴 취지 잃고 악용 사례 빈번"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유통업계가 말 뿐인 ‘선진 채용 시스템’으로 취업준비생(취준생)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핵심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통사들은 저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채용 과정을 전격 개편하고 규모도 확대하는 등 정부와 발맞추기 위한 ‘착한 공약’을 내건 상태지만, 취준생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특히 인턴제도의 경우 직무 경험을 쌓고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넓힌다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 많이 하셨는데 살은 하나도 안 빠지셨네요?”
지난 11일 대학생 김하은(가명) 씨는 현대백화점 ‘캠퍼스 리쿠르팅’ 전형에 지원했다가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캠퍼스 리쿠르팅은 현대백화점 인사담당자가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채용 프로그램이다. 현장면접에 합격한 취업준비생은 현대백화점의 면접 전형 참가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른바 ‘스펙’(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배제하고, 면접관이 지원자를 직접 만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면접의 실상은 달랐다.
김씨의 삶이 아닌 ‘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주머니나 아저씨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냐?”는 면접관의 질문 뒤였다. 김씨가 “실무 경험은 없지만 요가나 아침 수영 반에서 운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하자 면접관은 김씨의 말을 끊고 대뜸 살 이야기를 꺼냈다. 예상치 못한 면접관의 지적에 김씨는 어색하게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스펙 아닌 열정을 보여주겠다는 신념으로 나선 면접은 김씨에게 악몽같은 자리가 됐다.
김씨는 “(면접관의 질문 후) 순간 뭐지 싶었다. 그러나 같은 지원자들이 모두 웃기도 했고 면접을 빨리 마치고 싶다는 마음에 그냥 웃고 나왔다”며 “(면접관은) 인신공격이 될 수 있는 장난을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백화점 인사팀에 나처럼 기분 상하는 지원자가 없도록 조금만 주의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서먹한 분위기를 얼음 깨듯 깨는 것)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 중 경직된 분위기를 감안해 ‘아침 수영하시는 분들은 열심히 하시는데 살이 잘 안빠지는 분들이 많죠?’ 라고 얘기했는데, 이를 본인 사례로 오해한 내용”이라며 “이후 면접 담당자가 해당 면접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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