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노희준 기자
2016.06.09 17:08:27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 피곤에 지쳐 목소리도 잠긴 듯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정부의 ‘산업기업구조조정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피곤에 지친 임 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자금지원 결정 과정에 대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관련 질문이 임 위원장에게 쇄도했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이날자 한 조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며 발을 뺐다.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지원규모를 정하는 회의를 제가 했다”며 “산은과 수은 실무자들이 서로 합의 하지 못 하는 것을 조율해줬다”고 했다. “(문제가 있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책임질 일이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임 위원장과 자신은 관여를 안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홍 전 회장의 발언은 이날 극명히 대비됐다.
금융권 일각에선 임 위원장이 홀로 구조조정 책임론의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반응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말발’도 안 먹히는 차관급 회의를 혼자 주재하면서 고군분투하던 임 위원장이 향후 구조조정 책임론도 ‘독박’을 쓰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구조조정 라인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구조조정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인사가 적지 않다. 당국의 보신주의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벌써부터 면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