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증시결산]⑥118개사 신규 상장…후끈했던 IPO시장
by이명철 기자
2015.12.30 17:20:22
정책적 지원 힘입어 기업공개 몰려… 투자자 관심↑
공급 과잉으로 투자심리 위축… 상장 철회도 잇달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은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으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신규상장 규모는 13년만에 최대치로 막대한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는 효과를 냈다. 코스닥시장 사상 가장 많은 공모금액을 조달한 업체가 등장하는 등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연말 들어 증시 불안정과 IPO 적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 상장 철회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무리한 상장을 추진했던 한국거래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30일 거래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주식시장(유가증권·코스닥)에 첫발을 디딘 업체는 총 118개(재상장 제외)로 집계됐다. 전년(73개) 대비 50% 가량 늘어났으며 벤처붐이 일었던 2002년(164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이 16개, 코스닥 102개였다. 코넥스시장도 2013년 설립 후 가장 많은 49개 기업이 상장했다. 올해 초 거래소가 세운 목표(유가증권 20개, 코스닥 100개, 코넥스 50개)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중 상장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상장이 45곳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공모금액은 총 4조5231억원에 달한다. 공모금액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초대형’ IPO기업이 없어 지난해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년 연속 4조5000억원 이상 달성에 성공했다. 공모금액이 가장 많았던 업체는 LIG넥스원(079550)으로 9월 IPO를 통해 5244억원을 조달했다. 미래에셋생명(085620)(3405억원), 이노션(214320)(3401억원)도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더블유게임즈(192080)는 공모금액이 2777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이달 상장한 멕아이씨에스(058110)는 가장 적은 24억7500만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금융·보험 관련 서비스업이 44개로 가장 많았다. 시각특수효과(VFX) 제작(덱스터(206560)), 웹툰 서비스(미스터블루(207760)), 커피 제조(한국맥널티(222980)), 성인 교육(메가엠디(133750)) 등 이색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상장도 이어졌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곳은 부동산 디벨로퍼인 에스케이디엔디다. 공모가 2만6000원이었던 이 회사는 30일 6만5000원에 마감해 150%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달 29일 상장한 코리아오토글라스(152330)는 이틀간 주가가 급등, 공모가(1만1000원) 대비 41.8% 뛴 1만5600원을 기록했다. 이어 AJ네트웍스(095570)(37.3%), LIG넥스원(079550)(36.2%), 제주항공(089590)(33.7%) 등 순으로 상승폭이 높았다. 반면 세화아이엠씨(145210)는 이날 주가가 9360원에 마감해 공모가(1만6300원)보다 42.6%나 급락했다. 미래에셋생명(085620), 엔에스쇼핑(138250) 등도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주가 등락폭이 더 큰 코스닥시장에서는 펩트론(087010)이 공모가(1만6000원)보다 무려 322% 급등한 6만7500원에 이날 장을 마감했다. 엔에스(217820)와 에스엔텍(160600)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3배 가량 올랐다.
IPO를 통한 신규 상장이 줄을 이었지만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금융위원회에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냈다가 철회를 한 업체는 10개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번졌던 2008년(9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첫 상장 철회는 9월에 나왔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세진중공업(075580)은 조선업 불황에도 야심차게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받아들자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공모가를 낮춰 재도전, 11월 30일 상장했다. 나머지 9곳의 상장 철회는 11~12월 두 달 사이에 몰렸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으면서 공모금액이 줄고 상장 이후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생기면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엘피케이의 경우 수요예측을 실시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IPO 절차를 접기도 했다.
잇단 상장 연기는 상장 요건에 충족하지 않아도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12곳으로 급증하는 등 연내 목표를 채우기 위한 거래소의 무리한 추진으로 나타난 역효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IPO 한파에서도 수요예측을 거친 업체들이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흥행을 거두고 주식시장에서도 강세를 이어가면서 연말 투자심리는 다소 개선된 상태다. 최근 아이엠텍이 공모가를 낮춰 코스닥시장 상장을 다시 추진하는 등 철회 기업들의 재도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