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해법은 ‘의료수가 현실화’…솔직 발언 눈길
by이대호 기자
2021.12.21 17:06:14
“의사에게도 이익 주면서 같이 가야”
비대면 진료 수익성 측면서 매력 떨어져
“비대면 조제 시 약사도 인센티브 줘야” 의견도
산업계도 ‘보폭 맞춰 걷겠다’ 의지 드러내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지난 20년째 공회전을 이어오다 코로나19 시국으로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또는 원격의료) 산업이 뿌리내리려면 의료계 이익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솔직한 주장이 나왔다.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병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공동회장사 닥터나우), 한국원격의료학회가 공동 주최한 비대면 진료 토론회에서 의료계 인사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원격의료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찬성자라고 봐달라”면서 “의사라는 직역에 어떤 이익을 주면서 같이 하자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산업계, 의사들 같이 고민하자면서 무조건 비용은 싸게 한다면 일부 병원에서 박리다매형으로 하기 전엔 쉽지 않다”며 “의료만 (공공 성격을 강조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의료계의 속 깊은 얘기를 꺼냈다.
발제에 나선 백남종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장(한국원격의료학회 학술위원장)도 소비자, 산업계 입장에서 원격의료를 원하는 이유에 충분히 공감을 표하는 동시에 서비스 공급자인 의사 입장을 언급했다.
백 병원장은 “비대면 진료를 실질적으로 해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그에 따른 수가는 확실치 않아 수익성 면에서 굳이 매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오진,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리스크 걱정도 많다”며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백 병원장은 원격의료 효용성을 인정하고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가 제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일선 병원 자료에서도 원격의료 수요가 2,3차 병원으로 쏠릴 것이란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원격 비대면 진료가 의원급에서 진행됐다. 환자 만족도는 87% 수준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는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면 의료산업 발전에도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의료계 패러다임이 예방으로 바뀌어 모니터링을 안하고는 미래 의료로 못 갈 것”이라고 원격의료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 기업 머시버추얼(Mercy Virtual)에선 24시간 의사가 상주하면서 컨설팅을 해주는 사례도 들었다. 백 병원장은 “원격의료 마켓을 보면 대부분 미국 시장”이라며 “일본은 이번 기회로 우리보다 진보적으로 활성화된 것으로 안다”고 현황을 전했다.
원격의료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과의 경우도 12월 조사에서 의사 1081명 가운데 40% 가량이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백 병원장은 “‘조금은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로 원격의료 트렌드가 가는 거 같다”며 변화상을 짚었다.
산업계에선 과도한 영리 위주 행위에 대한 제한 조치를 언급했다. 의료계와 함께 가겠다는 것이다. 오수환 엠디스퀘어 대표(원격의료산업협회의 공동회장)는 “경쟁이 치열하고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편중이 있을 수 있어, 원격의료 하루 상한 건수와 1차 의료기관에서 고르게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도입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오 대표는 “비대면 진료에 어려움도 느끼고 수가도 그만큼 따라오지 못해 특별한 유인이 없어 진료 시간과 진료영역에 따른 수가 고민도 필요하다”고 의료계 의견에 동조했다. 비대면 조제에 대해서도 △약사에게도 비대면 진료 인센티브 적용 △근처 약국에 처방전 약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성분명 위주의 처방 제도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을 언급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보건의료정책과 과장은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여러 의견을 듣고 외국 사례도 면밀히 검토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1차 의료기관이 먼저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서 대면을 우선하되 비대면 진료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향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