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발톱’ 드러낸 美연은 총재들…“10월 테이퍼링 시작해야”

by방성훈 기자
2021.08.12 16:28:21

캔자스시티·댈러스 연은 총재 테이퍼링 촉구
“美경제, 성장 및 고용촉진 목표 향한 충분한 진전”
“더이상 자산매입 불필요” 한목소리
9월 FOMC서 긴축 논쟁 본격화 전망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
[이데일리 방성훈 김보겸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올 가을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대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을 서서히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경제 회복이 진행됨에 따라 일반적이지 않은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좀 더 중립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 경제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요구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완화적 정책을) 되돌릴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과 주택저당증권(MBS)를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장기 평균 물가상승률이 2%를 넘고 최대 고용을 달성할 때까지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게 연준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목표치를 뛰어넘는 물가상승률을 보이면서 테이퍼링 찬성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CPI는 1년 전보다 5.4% 상승, 6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유지했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행 등에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한 데다 일부 기업들이 높아지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수요 측면 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비용 인상 인플레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조지 총재는 하지만 미 경제 성장과 고용 촉진이라는 목표를 향해 충분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히면서 “고용시장 회복 및 안정적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지원하기 위해 더 이상 자산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나는 테이퍼링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사진=AFP)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고 10월에는 시작해야 한다. 내가 예상하는대로 미 경제가 진행된다면 9월 FOMC엔 (자산매입 축소를 위한) 기준이 충족될 것”이라며 조지 총재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캐플런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좀처럼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수요가 급반등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2009~2013년의 테이퍼링 전례를 ‘교과서’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이퍼링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연준의 채권매입이 수요를 자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랫동안 이 속도로 계속 달려선 안된다”며 “차라리 빨리 엑셀에서 발을 떼고 채권매입을 줄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캐플런 총재는 테이퍼링이 금리인상과는 별개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9월 FOMC 회의 전까지 물가와 고용 기준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하며, 8개월에 걸쳐 매달 150억달러씩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더 빨리 진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시장이 적응할 충분한 여유를 주려면 8개월이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언제, 어떻게 자산매입을 축소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9월 21~22일 열리는 FOMC에서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앞서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지난 9일 공개적으로 올 가을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한바 있다.

하지만 다른 연준 이사들은 자산매입 축소 여부를 결정하려면 최소 11월에 열리는 FOMC 회의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아울러 겨울철을 앞두고 델타변이 확산 변수도 남아 있어 테이퍼링 시기와 규모 등을 놓고 연준 내부 논쟁이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