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옮겼다…실리콘밸리 떠난 美기업들 남서부行

by김보겸 기자
2021.06.02 19:27:54

텍사스·애리조나 등 美남서부 제조업 허브로 급부상
집값 싸고 세금 깎아주는 곳 찾아 ''탈(脫)실리콘밸리''
인텔·루시드모터스·TSMC, 공장 증설하고 고용 늘려

지난달 17일 미국 워싱턴DC 한 전광판에 일론 머스크 얼굴과 함께 “세금 매길 수 있으면 해 봐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모습. 지난해 12월 머스크는 절세를 위해 캘리포니아주에서 텍사스로 이사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제조업의 메카로 텍사스 등 남서부가 떠오르고 있다. 텍사스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이사한 곳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집값이 비싸고 세금이 높은 실리콘밸리를 떠나 땅값이 싸고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세금을 깎아 주는 남서부로 떠나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 오클라호마주, 네바다주, 텍사스주 등 남서부 5개 주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제조업 일자리가 10만개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늘어난 미국 전역 일자리 3개 중 1개가 지역에서 나온 셈이다. 미국 전체 고용 증가율의 약 3배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철강부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남서부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에서 ‘탈(脫) 실리콘밸리’ 움직임이 일어난 영향이다. WSJ에 따르면 2019년 텍사스주에서 생겨난 제조업 일자리 중 약 2000개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옮겨왔다.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에서 만들어진 제조업 일자리 중 각각 1300개, 2700개가량이 실리콘밸리에서 왔다.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행을 택한 대표적 인물이 머스크다. 그는 지난해 12월 WSJ와 인터뷰에서 17년간 테슬라의 터전이었던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텍사스주로 이사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는 한때는 잘 나갔지만 더 이상은 챔피언이 될 수 없는 운동선수같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노숙자들이 텐트를 친 모습. 너무 비싼 집값 때문에 실리콘밸리 노숙자가 늘고 있다(사진=AFP)
세금이 높기로 악명 높은 실리콘밸리에서 더는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소득세율은 13%로 미국에서 가장 높지만, 텍사스주는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당시 WSJ는 “실리콘밸리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세율이 높아지는가 하면 교통체증 등 삶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테크 기업 임직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남서부 지역은 저렴한 땅값과 세금 혜택을 내세우며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 본사를 직접 찾아 세금 혜택을 설명하기도 했다. 루시드모터스도 이에 화답했다. 13개 후보 지역을 검토한 끝에 올해 애리조나주에 7억달러를 투자한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많게는 2000명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애리조나주에서 40년간 공장을 운영해 온 미국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도 지난 3월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뉴멕시코에 35억달러를 투자해 700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지난해 애기조나주에 1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