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승계에 활용?…웰스토리 배당금은 '푼돈'
by이준기 기자
2022.03.28 17:08:17
총수일가 한해 배당금 150~280억 수준
'시가총액 600조' 삼성 승계에 미미
공정위도 ‘승계 연관성’ 결론 못내려
대장동 등 부실수가 논란 휩싸인 검찰
삼성 수사로 시선 분산 및 돌파구 찾기?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
[이데일리 이준기 하상렬 기자] 삼성의 이른바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가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 본격적인 수사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6월 관련 의혹을 고발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공정위 고발을 넘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연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정조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 등 여러 차례 수사에 의해 검찰이 경영권 승계 전반을 들여다본데다, 웰스토리 부당지원으로 얻은 자금 규모가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까지 연결된 만큼은 아니어서 수사가 확대되긴 어려울 것이란 반박도 적잖다. 일각에선 대장동 의혹 등 부실수사 비판을 자초한 중앙지검이 정권 교체기 본격적인 대기업 수사를 통해 시선 분산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삼성 계열사들은 웰스토리에 비싼 값으로 급식 일감을 몰아줬다.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웰스토리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67~114%인 500억~930억원을 삼성물산에 배당했고, 이로 인해 2015~2019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웰스토리 지분 100%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받은 배당금 총액은 2758억원 달했다. 구(舊)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물산 쪽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배당 확대 정책을 폈는데, 이 과정에서 웰스토리가 일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웰스토리 부당지원 행위가 이뤄졌다는 결론은 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을 더 파헤칠 공산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최근 검찰이 중앙지검 공조부에 6명의 검사를 추가 파견시켜 2팀 체제에서 3팀 체제로 확대 개편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부추긴다.
반면, 재계는 물론 검찰 일각에서도 이번 수사가 이 부회장으로까지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제법 있다. 국정농단·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전반을 들여다본 만큼, 새로운 스모킹건(결정적 단서)을 찾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받는 계열사 배당 중 웰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못 미친 데다, 총수일가 지분율을 고려할 때 웰스토리 배당금을 다시 전액 재배당해도 총수일가에 흘러간 금액은 많아야 한해 150억~280억원 수준”이라며 “시가총액 600~700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입장에선 푼돈으로, 이를 경영권 승계를 위해 썼다는 건 어이없는 얘기”라고 했다.
삼성 측은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은 웰스토리에 맡겼던 사내 급식사업을 외부 기업에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자구책을 펴고 있다. 작년 8개의 사내식당을 외부에 개방한 데 이어 올해에도 28개를 추가, 국내 8개 사업장 사내식당 36개 모두를 경쟁입찰을 통해 운영하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