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계약 후공급’에 ‘홈쇼핑 송출 수수료’도 배분대상 고려

by김현아 기자
2021.11.29 17:25:30

과기부-방통위 '방송프로그램 대가산정안' 토론회
전체적으로 콘텐츠 투자의 예측가능성 높이는 방향
중소PP 보호 및 육성책 부족하다 평가도
지상파와 종편은 예외여서 일반PP 역차별 지적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9일 오후 은행회관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방송채널 대가산정 제도개선안’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유료방송 업계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던 정부의 ‘방송채널 대가산정 제도개선안’이 공개됐다. 전체적으로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플랫폼사(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가 PP 평가 때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점 등이 눈에 띈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거나 특화 콘텐츠를 수급하는 중소PP까지 육성하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PP 대가 산정 배분 대상에 수신료외에 홈쇼핑 송출 수수료도 넣는 것을 고려하자는 정부안에는 유료방송 생태계가 소비자가 싫어하는 홈쇼핑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대가산정 제도는 플랫폼이 쓰는 전체 방송채널 대가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예외여서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안 중 다수안은 ‘채널 공급계약은 선계약 이후 공급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준수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단, 계약종료시점 종료후 1분기 이내에 체결하면 선계약 후공급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협의회 간사인 곽동균 한국정보통신연구원(KISDI) 박사는 “현재 관행은 2021년도 채널 공급 계약은 원래 2020년 말에 체결돼야 하지만 현실은 2022년 1월에서야 계약되는 현실”이라면서 “당장 의무화는 어렵지만 1분기 이내로 하면 선계약 후공급과 상당히 유사해진다”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투자를 이끄는 CJ ENM은 환영했다. 서장원 부사장은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국내에 런칭할 때 콘텐츠를 계약하지 않고 공급받는 회사는 없다”면서 “국내 유료방송 계약 관행이 그렇지 않다는 게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선 국내 시장이 유망하지 않다고 보는 절대적인 이유”라고 언급했다.



소비자단체도 환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금 1020세대들은 TV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선계약 후공급이 잘 작동하면 (콘텐츠 투자가 늘어) 재탕, 삼탕 채널 범람 문제가 극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계약후공급에 따라 골프TV나 낚시TV 같은 특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중소PP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승현 아시아N 대표는 “현재 수신료 배분구조에서도 200여개 중소PP가 2600억원을, 거대 사업자가 2200억원 정도를 가져간다”면서 “하지만 골프TV나 낚시TV 등 수십년동안 매니아들을 위해 다양성이 존중되는 방송을 해온 PP사들도 있다. 중소PP 수신료 할당제 없이 선계약 후공급이 이뤄지면 중소PP는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안 중 다수안에는 PP에게 주는 대가의 배분대상에 수신료뿐 아니라 홈쇼핑 송출 수수료도 배분배상에 포함시키자는 안도 있었다. 곽 박사는 “OTT 확산으로 유료방송 수신료만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담보하기 어려우니 홈쇼핑 송출 수수료도 배분대상에 넣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주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송출 수수료를 PP 배분대상에 포함하면 당장은 분모가 커져 대가가 올라가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홈쇼핑 의존도가 커져 이용자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를 보는 이유는 원치 않는 홈쇼핑을 보기 싫어서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중소PP들이 선계약 후공급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왜 지상파와 종편은 이 룰에 들어오지 않는가라는 점도 있다”며 “최근 시청률이 올라가는 종편은 들어오는게 맞고, 지상파도 언젠가는 협상에 들어와야 한다”고 부연했다.

중소PP인 실버아이의 이재원 대표는 “지상파들은 이미 CPS(콘텐츠 재송신료)라는 명목으로 프로그램 비용을 받고 재방송하는 채널로 이중, 삼중으로 받는다”면서 “근본적인 대안은 세계적으로 가장 싼 수준의 유료방송 수신료 현실화이지만, 쉽지 않다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수급하는 중소PP들은 보호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