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보다 콘텐츠"…KT, 4천억 투자하고 디즈니+도 협력(종합)
by김현아 기자
2021.03.23 17:18:27
AI와 빅데이터가 만드는 흥행예측 모델 기대
CJ출신 콘텐츠 전문가 영입…KT가 조금 덜 갖겠다
디즈니+와도 협력 추진..글로벌 유통과 공동 투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 23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T 구현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KT 제공 |
|
“딜라이브는 진행 상황이 좀 지지부진하지만, 미디어는 KT가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가는데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죠. 콘텐츠를 더해 새롭게 도약하려 합니다.”
구현모 KT 대표가 23일 열린 KT 미디어 콘텐츠 전략 발표회에서 올해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1000개 이상 원천 IP와 100여 개의 드라마 IP를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콘텐츠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이다.
KT는 왜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보다 콘텐츠에 집중하는 걸까. 구 대표는 “현대HCN 인수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IPTV·스카이라이프·케이블TV)가입자 1300만 명이 되고 여기에 KT가 가진 빅데이터 기술을 합치면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KT는 콘텐츠와 콘텐츠·미디어 플랫폼간 시너지를 위해 ‘KT스튜디오지니’라는 기획·제작·유통 법인을 만들고 CJ에서 20년간 잔뼈가 굵은 김철연(50)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성공 요인으로는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위즈(원천 IP), 스카이TV(채널), 올레tv·스카이라이프(유료방송플랫폼), 시즌(OTT), KTH(유통)간 협업(투자비에 대한 선순환 회수구조)△1300만 가입자 기반에서 만들어지는 연간 7억개 데이터(빅데이터 기반 흥행 예측 모델)△급성장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 환경을 꼽았다. 비싼 돈을 주고 딜라이브를 인수하기보다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콘텐츠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AI와 빅데이터가 만드는 흥행예측 모델
KT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흥행 예측 모델을 만들고 이를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 활용할 예정이다. 작년에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주요 키워드가 우정, 병원 조정석 등이 나왔는데 흥행 예측 등급(1등급)대로 실제로도 1등급이 됐다고 했다.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은 “1300만 유료방송 가입자가 1년에 생성하는 데이터가 약 7000억 개 인데 이는 시청률 정도가 아니라 1초 단위로 나눠 어떤 장면에서 어떤 고객이 유입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며 “KT만의 예측모델을 작품 기획 단계부터 적용하고 콘텐츠 유통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출신 콘텐츠 전문가 영입…KT가 조금 덜 갖겠다
KT 콘텐츠 사업의 중간 지주사 격인 ‘KT 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로 영입된 김철연(50) 대표. 그는 OCN과 CJ ENM에서 콘텐츠 기획, 제작, 글로벌 사업을 20여년 간 맡다가 지난해 3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제안으로 네이버에 합류했다가 1년 만에 KT로 이직했다.
김 대표는 “저는 KT의 콘텐츠를 어떻게 외부 제작사나 플랫폼, 크리에이터 등 생태계와 연결하는가 하는 일을 맡는다”며 “개방과 공유, 육성을 키워드로 협력을 추진 중이며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는 KT 플랫폼이 우선이나 독점을 주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천 IP도 적극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라며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 협력 모델도 국내 사업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수익 역시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 KT가 조금 덜 갖겠다”고 부연했다.
| (맨 왼쪽부터 순서대로)KT Customer부문장 강국현 사장, KT 구현모 대표, KT 스튜디오지니 김철연, 윤용필 공동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디즈니+와도 협력
국내 최대 미디어 사업자인 KT가 본격적인 콘텐츠 투자에 나서면서 한국 상륙이 예정된 ‘디즈니+’와 어떤 관계를 맺을 까 관심이다.
KT는 디즈니+(OTT)의 국내 파트너(IPTV 탑재)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콘텐츠 투자나 글로벌 유통에서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은 “디즈니와 공식 계약한 사업자는 아직 없어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분야의 협력 관계를 논의하고 있다”며 “(디즈니의)아시아 총괄 사장이 한국계 미국인인데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디즈니+와 경쟁 관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스튜디오지니가 만든 콘텐츠의 해외 유통을 디즈니가 담당할 수 있고, 맘에 드는 콘텐츠가 있다면 공동 투자할 수 있다. 그런 관계 속에서 보는 것이지, 경쟁하겠다는 관계를 설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CJ 계열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것처럼, 스튜디오지니 역시 디즈니+와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스튜디오지니를 1조 원이상 되는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로 만들 것”이라며 “현재보다 4배 성장한 규모”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