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20.09.08 17:03:04
7월 기준 태양광 발전용량 2.4GW, 작년 전체 81% 해당
연간 3GW 돌파 확실시, 그린뉴딜에 태양광 투자 활성
한화·현대·신성 등 국내 제조사들 내수시장 강화
저가 中업체 공세는 우려, 업계 “세심한 정책 추진 필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힘입어 올해 국내 태양광 시장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태양광 설치량의 80%에 해당하는 양이 이미 7월 만에 설치된 데다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중대형 태양광 발전 비중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사업이 부진했던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도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그린뉴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큐셀 직원이 진천공장에서 태양광 모듈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화큐셀)
◇중대형 비중 확대… 올해 태양광 설치 역대 최대 전망
8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에 신규 설치된 태양광 발전 용량은 총 2.4GW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전체 태양광 발전 용량(2.9GW)의 81%가 올 7월 만에 설치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태양광 설치 규모도 3GW를 훌쩍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올 들어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만큼, 앞으로 국내 태양광 시장의 파이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1MW 이상 중대형 태양광 발전 비중이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MW 이상 태양광 발전 용량 비중은 전체의 10.7%(321MW)였지만 올해는 7월 기준으로 17.6%(429MW)로 대폭 상승했다. 발전소 숫자는 약 120곳으로 대동소이하지만 발전 용량만 큰 폭으로 커졌다. 그린뉴딜 정책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투자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MW 이상 용량은 중대형 발전소로 분류되는데, 비교적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며 “그린뉴딜로 인해 최근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도 중대형 분야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총 4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푸른 하늘의 날 기념식’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미 폐쇄한 노후 석탄발전소 4기를 포함해 임기내 10기를 폐쇄하고 장기적으로 2034년까지 20기를 추가 폐쇄하겠다”며 “태양광·풍력 발전은 2025년까지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달 초 태양광 전용 연구개발(R&D) 사업에 5년간 3300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하며 힘을 싣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태양광 제조사들도 내수 강화… 발전사와 펀드도
그간 미국, 유럽 등을 집중 공략해오던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도 그린뉴딜 수혜를 입고 있는 내수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올 2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이었던 해외에서 다소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뉴딜로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내 영업을 적극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솔루션(009830) 큐셀 부문은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수상태양광 신제품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을 개발, 최근 KS 신재생에너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수상태양광은 한국처럼 국토면적이 작은 국가에서 활용도가 높은만큼 사실상 국내 특화 제품이다. 섭씨 85도, 상대습도 85%의 가혹한 환경에서 3000시간 이상 노출돼도 문제없도록 설계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강화된 KS 인증 기준보다도 더 높은 내부시험 기준을 적용, 향후 내수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은 최근 음성 태양광 모듈 공장내 일부 설비를 교체하며 생산량 증대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발전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과 총 5000억원 규모(약 280MW)의 태양광 사업 개발을 골자로 한 ‘동서햇빛드림펀드’도 조성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되는 양사의 태양광 사업에서 사용되는 모듈, 인버터, 변압기 등 기자재는 100% 국산 제품이 채용된다.
중견업체인 신성이엔지(011930)도 그린뉴딜 발표 이후 집중적으로 국내 수주를 따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한양과 73MW 규모의 국내 최대 수상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신안군의 96MW 태양광 발전소 모듈 공급건도 수주했다. 이달 초에도 효성중공업(298040)과 오는 11월까지 24MW 규모의 모듈을 납품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그린뉴딜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 6월 새만금 인근 김제에 연간 600MW 이상 생산하는 모듈공장 투자를 진행하는 등 가격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그린뉴딜로 내수가 커지면 향후 저가 제품으로 무장한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도 국내에 설치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채용된 기자재들은 중국산 비중이 높다. 당장 중국 1위 태양광 모듈업체 론지가 최근 국내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기회를 호시탐탐노리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뉴딜로 국내 태양광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자칫 중국업체들이 내수를 잠식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며 “국내 태양광 산업생태계 육성과도 맞물린 사안인만큼 정부의 세심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