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내 취식 허용했지만…방역지침 미준수 잇달아

by김세은 기자
2021.01.25 14:45:55

대형 커피전문점 “많은 인원 몰리면 방역지침 준수 힘들어”
소형 점주 “영업 재개 기쁘지만 방역수칙 엄격 적용 어려워”
코로나19 1년...자영업자 납득할만한 규제 기준 제시해야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방역수칙을 완화하면서 카페 내 취식이 다시 가능해졌다.

커피 전문점 내 취식을 재개한 이후 소형 업소는 카페 점주가 방역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게 수월해 비교적 방역 지침을 잘 준수했다. 반면 대형 커피전문점의 경우 사실상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시민들이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m 이상 간격 유지 중인 카페 좌석 (사진=김세은 기자)

◆대형 커피숍, 방역지침 무용지물

커피전문점 내 취식을 재개한 지 이틀째인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께 종로 인근의 한 대형 커피전문점.

이곳은 1층과 2층을 함께 운영하는 매장이었지만 인원 제한 조치로 인해 2층만 이용이 가능했다.

카페에서는 20분마다 “2인 이상 이용객은 1시간 이내로 머물러 달라”, “좌석 간 거리는 최소 1m를 유지해달라”, “취식 시를 제외하고 상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 등 방역 지침에 관한 안내 방송을 실시했다.

하지만 권고 사항 중 '취식 시를 제외하고 상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는 권고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쓴 채 기다리는 팀은 많았지만, 음료를 수령 후에는 대부분이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시작했다.

카페 근처의 직장에 재직 중이라는 이모(35세, 여)씨는 "(마스크 착용을)자꾸만 깜빡한다"면서 "음료를 마실 때만(먹을 때만) 마스크를 내리고 다시 쓰는 사람이 솔직히 몇이나 되겠냐"고 했다.

이용객으로 붐비는 카페 내부 (사진=김세은 기자)

카페 측은 방역지침을 지속 안내만 할 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이 매장에 약 2시간가량 머무는동안 2인 이상의 두 팀이 1시간 30분 이상 카페에 머물렀지만, 그들에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이는 단순히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김모(39세, 남)씨는 "(카페 이용 시) 지켜야 할 게 더 많아진 것 같긴 한데, 직접 말을 않으니 사실 이전과의 차이점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모(33세, 남)씨 역시 "이곳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 카페에 1시간 이상 머무를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커피전문점은 “특정 시간대에 순간적으로 손님들이 몰리다 보니 모두를 살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소규모 업소 점주들도 애로사항 있어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의 경우 비교적 방역지침 준수가 잘 이뤄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찾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는 두 팀만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가로수길 내 다른 카페들 역시 앞선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이용객 수가 현저히 적었다.



카페 점주 A씨는 "실내 취식을 허용한 지 고작 이틀밖에 안 됐지만 벌써 지난달(12월) 매출의 절반을 달성했다"며 "인건비 정도는 번 셈"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카페 내부 (사진=김세은 기자)

다만 손님이 없거나 1~2팀만 있는 경우에는 엄격한 방역 지침을 모두 지켜달라고 요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소규모 업소의 경우 입소문으로 먹고 산다"라며 "지금처럼 장사가 힘들 때는 아무리 정부 지침이라도 (한두 분 앉아 계실 때) 마스크를 써달라, 한 시간 이내로 이용해달라 등을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 전했다.

카페 영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을 환영하는 한편 불안한 마음이 든다는 점주도 있었다.

점주 B씨는 "나도 이게(카페 운영) 생계다 보니 영업을 재개하게 돼 기쁜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아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지는 중이라 해도 아직 3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동종 업계에서 유행이 재확산할까 걱정되는 마음"이라 밝혔다.

◆일부 점주들, 이번 방침의 실효성에도 의문 제기해

하지만 여전히 커피전문점의 영업 여부에 대한 정부지침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점주 C씨는 "일반 음식점은 되고 카페는 허용하지 않는 기준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 방침이다 보니 따르기는 했지만, 화가 났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곳에 대한 영업 제한은 당연하다”면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곳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처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도 매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영업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철저하게 방역에 신경 쓴다" 며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믿고 조금만 더 자율적으로 맡겨주면 안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커피 등 음료와 술을 함께 파는 카페의 경우도 애로사항이 많다는 입장이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를 운영 중인 점주 D씨는 "음료와 술을 함께 파는 곳은 사실 저녁 시간대 장사가 주요 수입원"이라며 "하지만 오후 9시 이후에는 여전히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 막대한 적자를 보는 중이다. 이젠 정말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특히 D씨는 같은 공간에서 판매하는 품목만 달라질 뿐인데 '술'이라는 이유로 더 강한 규제를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요식업과 유흥업계 점주들에게 규제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희생만을 강요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금전적인 보상 역시 없었기에 점주들의 불만 호소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 1년간의 방역 활동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가 있다면 업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거나 과도한 영업 제한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