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대 라임펀드 판매’ 前 대신증권 센터장, 징역 10년 구형
by박순엽 기자
2020.11.03 16:07:24
검찰, ‘라임사태 연루’ 장모 전 센터장 징역 10년 구형
투자자에게 2000억원 상당 라임펀드 허위 판매한 혐의
“사안 매우 중대하고 죄질 매우 불량…개전의 정 없어”
변호인 “라임의 잘못된 운용이 문제…거짓 기재 안 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상품을 팔면서 투자와 연관된 중요 사항을 거짓으로 알렸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증권사 임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사금융 알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0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장 전 센터장은 불완전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라임 펀드 관련 허위 보고 내용을 만들어서 고객을 속였다”면서 “‘대신증권(003540)’이란 회사 상호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안전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것으로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범행으로 금융회사 업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크게 훼손돼 죄질 또한 매우 불량하다”면서 “대형 금융기관 인지도를 이용해 금융 질서에 해를 끼쳤는데도 신빙성 없는 진술로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전 센터장은 지난 2017년부터 라임이 신규 설정한 펀드를 판매하면서 펀드 가입자들에게 수익률, 손실 가능성 등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알리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단정적 판단을 제공해 오인시키는 방법으로 펀드 가입을 권유해 500여명의 투자자에게 총 2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수익률을 예측할 수 없는 펀드를 팔면서도 ‘연 8% 이상의 준 확정금리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0%에 가깝게 조종해 뒀다’는 등 거짓 설명 자료를 사용해 펀드 가입을 권유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2017~2018년 고객 자산관리의 대가로 직무 관계에 있는 고객에게 2억원을 무상으로 빌린 혐의와, 지난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요청을 받고 직무 관계에 있는 고객에게 15억원의 대부를 알선한 뒤 연대 보증한 혐의도 장 전 센터장에게 적용했다.
그러나 장 전 센터장 측은 사건의 본질은 라임이 펀드 운용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판매자로서 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를 속속들이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장 전 센터장이 판매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지만, 자격·경험 등을 통해 신뢰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라임 펀드가 운용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장 전 센터장의 변호인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블라인드 펀드란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모으고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펀드”라며 “운용 시 운용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또 ‘연 8% 이상 준 확정금리’나 ‘발생 가능한 위험 0%’ 같은 표현도 대부분 이종필 전 부사장과 라임 쪽 설명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준한다’는 어떤 본보기에 비춰 그대로 좇는다는 뜻으로, 연 8%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는 게 사전적 의미”라며 “이 전 부사장 진술 조서를 보면 모자 펀드 구조로 설계하면서 모펀드 수익률이 8% 정도 나온다고 기대하고, 레버리지를 낀 자펀드 수익률에서 비용·보수 등을 빼면 자펀드 가입자들이 7~8%의 기대수익률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실제로 라임 펀드들이 계속해서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이러한 부분을 믿고 연 8% 수익률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 ‘연 8% 이상 준 확정금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거짓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2억원을 무상으로 빌린 혐의 등에 대해서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장 전 센터장은 최후변론에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저를 믿어준 고객에게 물질·정신적으로 고통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도 “이 전 부사장의 경험과 실력, 능력을 통해 라임 펀드가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봤지만, 대한민국 초유의 금융사기에 당할지 저도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15년 동안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제 이익을 생각하거나 고객 이익에 반한 적이 없다”면서 “센터장은 펀드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데도 라임 펀드를 권유한 건 고객이 가져갈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울먹였다.
대신증권 반포WM센터는 라임 펀드가 집중 판매된 지점으로 불법 판매 의혹이 불거진 곳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신증권 반포WM센터가 상품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속였고, 투자 과정에서 펀드 구조·총수익스와프(TRS) 체결 여부·채권자 우선변제권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