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권위자' 게일 마커스 "火電 옆에 사느니 原電 옆에 살겠다"

by윤종성 기자
2015.02.10 18:00:02

"원전 투명하게 운영하면 사람들은 믿고 따라올 것"
"경제성 이유로 주민들에게 ''원전 가동'' 강요 안돼"

[워싱턴(미국)=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원자력 전문가인 게일 마커스(Gail Marcus) 박사는 “원전 관리자들이 원전 운영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해줘야 지자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커스 박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미국원자력에너지협회(NEI) 본사 건물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나서서 주민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것은 큰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여성으로는 미국 최초로 원자력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마커스 박사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OECD/NEA), 미국 에너지부(DOE) 등에서 근무한 원자력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마커스 박사는 “미국은 NRC가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에게는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 “예컨대, 노후로 인해 부품이나 밸브 등이 오래돼 안전성에 대해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면 NRC는 즉각 안전성 검사에 들어가 모든 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식”이라고 부연했다.

▲게일 마커스 박사
마커스 박사에 따르면 NRC는 안보 관련, 개인정보 관련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이는 비공개 원칙에 극히 일부 회의를 공개하고 있는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는 상반된 것. 이런 NRC의 투명한 운영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오는 12일 원안위의 재승인 결정을 앞두고 있는 월성 1호기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마커스 박사는 “NRC는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투명하게 운영된다”며 “이렇다보니 사람들도 원전의 안전성을 믿고 따라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국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고 원전 가동을 불안해 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 지를 설명하면서 천천히 한걸음씩 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마커스 박사는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마커스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이 있었지만, 계속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원전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석탄 화력발전소 옆에 사느니, 원자력 발전소 옆에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사능에 의한 건강 악화, 암 발생 등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서 “원자력은 현재도, 미래도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은 총 104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지진대에서 벗어난 동부 지역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총 99기로, 5기는 운영 정지 상태다. 99기의 원전 중 75기는 40년에서 60년으로 수명 연장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28기는 40년 이상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24기 중 7기는 재승인 신청 연한이 안됐고, 17기는 재승인 심사에 들어갔다. 마커스 박사는 “항상 완벽할 수 없겠지만, 완벽을 위해 노력하고 솔직히 알린다면 원전에 대한 신뢰도는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