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위해 여장도 하는 英괴짜 억만장자, 민간인 첫 우주여행자 되다

by김보겸 기자
2021.07.12 17:15:33

세계 최초 우주여행자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
"한때 별보며 꿈키워…이제 우주선서 지구 내려다봐"
"조심스러운 삶, 사는게 아냐…오래 못살아도 용감해야"
우주여행 위해 항상 건강부터…"8시간 수면은 필수"
"일주일 100시간 일해야한다"는 머스크와 달라

민간인 최초로 우주 관광에 성공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 지구로 귀환한 뒤 콜라를 마시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영국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이라는 그의 오랜 염원을 현실로 일궈냈다. 자신이 소유한 버진갤럭틱의 우주 비행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오른 뒤 약 1시간 동안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 직접 탑승한 첫 시범비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해 71세의 고령인 브랜슨 회장은 11일(현지시간) 고도 88.5km의 우주 가장자리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나도 한때 별을 올려보며 꿈을 키우던 아이였다. 이제 우주선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는 어른이 됐다. 우리가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면, 다음 세대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브랜슨 회장은 이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해 우주선에서 내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17년 동안의 노고가 있었다”며 감격을 표했다. 그의 우주여행을 지켜보던 관중은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19세 때 모습(사진=AFP)
1950년생인 브랜슨 회장은 20대 청년 못지않은 모험가 기질로 유명하다. 영국 런던에서 변호사 아버지와 승무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5살 때 잡지 ‘스튜디오’를 창간했다. 16세 때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안적인 청소년 잡지 ‘스튜던트’를 발간하며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이후에는 음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1972년 우편으로 주문하는 음반 판매회사 버진레코드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향후 ‘버진그룹’의 모태가 된다. 사업에는 초짜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음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마케팅하고 유통시키는 그의 모험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음반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브랜슨 회장은 항공 사업에 눈을 돌렸다. 버진레코드 임원들은 이를 탐탁지 않아 했다.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항공 사업에 만들어진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음반사가 뛰어든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슨 회장은 1984년 항공사 버진애틀래틱을 설립했다. 8년 뒤 버진애틀랜틱의 대출을 갚기 위해 그는 눈물을 삼키며 버진레코드를 매각했다. 그리고 나서 항공 사업의 성공을 토대로 설립한 것이 버진갤럭틱,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선 운항사다.

브랜슨 회장이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을 홍보하기 위해 신부 복장을 하고 있다(사진=AFP)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의 인생 모토는 “용감한 자는 영원히 살지는 못하겠지만,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아예 사는 게 아니다”이다. 그럼에도 그는 전형적인 워커홀릭과는 다르다는 평이다.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난다는 그는 “파티가 있는 날이 아니라면 8시간은 푹 자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자는 시간을 아껴 일해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는 정반대다.

그런 그가 건강을 챙기는 이유는 딱 하나다. 우주 관광을 하기 위해서다. 민간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발을 딛는 최초의 여행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에는 수년간 주 4회 아침저녁으로 단식 테니스를 하는가 하면, 원심분리기 훈련 등으로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건강에 신경쓰는 이유는 여행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주관광 시대를 열겠다는 그의 꿈을 이루기까지 순탄치는 않았다. 우주여행 상업화를 추진한 건 버진갤럭틱을 세운 2004년부터였지만, 시험비행이 성공한 건 17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2014년에는 버진갤럭틱이 개발한 VSS 엔터프라이즈가 시험비행 중 폭발해 추락, 이 사고로 39세 미국인 조종사가 사망했다. 함께 탑승한 다른 한 명도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 이후 버진갤럭틱의 시험비행은 2016년까지 중단됐고 올해가 돼서야 다시 시험비행에 나섰다.

브랜슨 회장의 우주 여행 성공으로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 사업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버진갤럭틱은 지구 상공 약 90km까지 올라갔다 4분가량 무중력을 체험한 뒤 지구의 둥근 테두리를 보고 돌아오는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관광 티켓 한 장 가격은 약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레이디 가가 등 유명인과 부호 약 600여명이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