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덕' 올해·내년 성장률 0.2%P 상향했지만…“전망 불확실성 높아”(종합)
by김경은 기자
2020.11.26 15:29:39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발표
수출은 상향, 민간 소비는 하향조정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상향 고려 안한 전망치”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도 불안정.."집값 전세값 오름세 지속"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 회복을 꼽았다. 세계경제가 내년 하반기에는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기본 시나리오하에 우리경제가 내년 3.0% 성장하고, 반도체 경기는 내년 초반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개상황과 백신개발 상용화까지 남은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우리나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3%로 전망됐다. 역시 직전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올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1.9%를 기록한데다 코로나19 재봉쇄 조치에도 예상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률 상향 배경으로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전망보고서(11월)에 따르면 연간 상품 수출이 종전(8월) -4.5%에서 -1.6%로 크게 줄었다.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도 4.8%에서 5.3%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반도체 전망이 내년 수출 증가 전망 상향 조정의 가장 큰 배경”이라며 “반도체 전문기관은 내년 초반 이후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간소비 성장 전망치는 8월 당시 -3.9%에서 -4.3%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내년 전망도 3.8%에서 3.1%로 0.7%포인트 하향했다.
김 국장은 “올 겨울철동안 코로나가 지금처럼 재확산이 지속된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코로나 진정된다고 보면 대면서비스 부분은 내년 완만히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0만명 감소했다가 내년 13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8월 전망보다 올해 취업자 수 감소폭이 7만명 더 커졌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7만명 늘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종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한 0.5%로 수정했다. 내년은 1.0% 전망을 유지했다.
2022년 경제성장률은 2.5%, 물가상승률은 1.5%를 제시했다.
한은의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예상액은 각 650억달러, 600억달러였다. 종전 전망(540억달러·550억달러)보다 각각 110억달러, 50억달러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은의 예상보다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전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이 총재는 “이번에 전망 기본 시나리오는 동절기 중에는 이같은 확산세가 지속되고 그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면서 내년 중후반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금의 2단계, 아니면 조금 더 호전되면 1.5단계 정도로 상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600명에 육박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거리두기 2.5단계 상향 가능성에 가까워진 데 대해 “2.5단계 이상으로 가는 것까지는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조치가 강화되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전망치도 수정돼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같이 올 겨울 코로나 재확산이 예상보다 심화되고 내후년에나 코로나가 진정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성장률은 2.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 겨울 확산세는 내년초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을 1%포인트 하향조정했는데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 내년 소비 감소율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올 겨울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지속하고 내년엔 간헐적으로 국지적 재확산세가 나타나는 것을 가정했다”며 “하지만 코로나 전개양상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상황에 좌우돼 전망치의 불확실성 매우 높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불안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10월 중순 이후 주택매매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고 전세가가 급등한 가운데, 이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란 전망이다.
경제전망보고서는 “내년 주택 매매가격은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5만9000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유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로 다주택자 세부담이 늘어나고 정부 공급주택 사전청약이 시작되면 상승폭은 둔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세가격도 수급불균형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가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을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김 국장은 “내년 경기가 개선하면 개인서비스 요금이 상승하고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올라 집세가 차지하는 비중(10%)을 감안해 근원물가를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