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저점' 정제마진에 정유업계 시름…IMO로 바닥칠까

by남궁민관 기자
2019.07.02 16:37:20

최태원(오른쪽) SK 회장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 울산CLX 내 친환경 연료유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올 2분기 실적 부진을 이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보였던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 지속된 정제마진 약세로 좀처럼 큰 폭의 실적개선을 끌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만 각 정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를 대형 호재로 주목, 하반기 실적개선을 끌어낸다는 입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정유 시장은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가 겹치며 최악의 시황을 보이며 국내 정유업계 역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추산 SK이노베이션(096770)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45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3% 감소한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S-OIL(010950))은 56.6% 감소한 17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상장 정유업체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실적 흐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추산 올해 정제마진은 1월 2.5달러를 기록한 이후 통상 업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5달러를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3월과 4월 각각 4.5달러, 4.2달러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5월과 6월 모두 3달러로 다시 추락한 상황.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세계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은 늘면서 정제마진을 떨어뜨리는 모양새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정제유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 하루 147만배럴에서 올해 121만배럴로 감소했음에도, 신규 증설은 지난해 하루 90만배럴에서 올해 170만배럴로 늘었다”며 “국내 정유사 시황은 현재 최악으로, 바닥은 맞으나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값싼 서부텍사스유(WTI)를 사용하는 미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상승시키며 휘발유 위주의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업계는 내년 IMO의 전세계 선박에 대한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실시되는만큼 하반기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IMO는 내년 1월부터 전세계 모든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강화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기존 HSFO(고유황 연료유) 대시 LSFO(저유황 연료유), 경유(MGO·MDO)로 연료를 교체할 전망으로, 정제마진 역시 이를 바탕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료교체가 IMO 해상 연료유 규제 강화에 대한 유력한 대응방안이라면 정유 업종에는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2020년 정제마진은 배럴당 8.3달러로 예상되며, 정제마진 개선으로 2020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020년 1월 IMO 친환경 선박유 적용을 앞두고 8월 또는 늦어도 9월에는 재고비축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미국 원유 수출용 파이프라인 4분기 완공에 따른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 회복도 임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