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찍힌 노태강, 특검 출석…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인가?
by김병준 기자
2017.01.11 14:39:55
[이데일리 e뉴스 김병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1일 오후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노태강 전 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한 뒤 좌천된 인물이다. 아울러 그는 명예퇴직 이후에도 인사 면에서 계속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 중이다.
특검은 이날 출석한 노태강 전 국장을 대상으로 이 배경에 청와대 혹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를 수사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노태강 전 국장은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을까. 이는 그가 ‘나쁜 사람’으로 정의된 이유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렸던 전국승마대회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판정 시비로 인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그해 5월 문체부에 승마협회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노태강 전 국장은 승마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을 지적하며 이른바 ‘최순실 파’와 ‘반 최순실 파’ 모두가 문제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나쁜 사람’으로 분류된 뒤 좌천과 해임 등 두 번의 부당한 인사를 경험했다.
2013년 8월 ‘나쁜 사람’으로 찍힌 노태강 전 국장은 두 달 뒤인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으로 보직 변경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이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는 대통령의 2016년 3월 발언으로부터 4개월여 만인 7월 결국 공직에서 사임 당했다.
지난해 10월21일 JTBC는 노태강 전 국장이 “최순실 씨 문제에 대해 국회가 나를 부른다면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돼 있다. 가감 없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부당한 인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갈망한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의 심정에 대해 묻자 노태강 전 국장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공무원으로서 좀 더 용감하게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증인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무엇을 잘못했다는 지적은 없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와 진재수 전 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니 인사 조처하라고 말했다는 걸 장관에게 전해들었다”고 대답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왜 나쁜 사람으로 지목됐는가’를 묻자 노태강 전 국장은 “승마협회 진상조사 보고서가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그는 청문회에서 “청와대에 전달한 승마협회 진상조사 보고서가 민간인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 유출됐다”거나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입김’으로 발탁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등 의혹을 증언하기도 했다.
현재 노태강 전 국장은 스포츠안전재단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일단 대통령의 눈에 띄지 말아야 했고, 결국 보이는 않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일곱 번에 걸친 국조특위 청문회를 통해 스타가 된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늘 “숨는 자가, 거짓말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노태강 전 국장은 범인일 수 없다. 그는 최소한 청문회에 불출석하지도, 위증으로 고발당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