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티 정철 대표 빚 갚느라 블록딜…"사실상 큐브엔터에 경영권"
by박정수 기자
2024.12.05 16:25:46
정철 대표 433억 규모 블록딜…개인채무상환
양도소득세·주담대 등 260억…정철 대표 30억 차익
정철 대표 지분 21%→16%…브이티 "확고한 리더십"
강승곤 큐브엔터 대표·배우자 등 지분 21%…정철 대표 웃돌아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종합뷰티기업 브이티코스메틱(브이티(018290))의 최대주주인 정철 공동대표가 지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에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장기투자 성격의 투자자들과의 블록딜로 기업 가치 향상과 주주 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밝혔으나, 절반 넘는 블록딜 물량을 큐브엔터(182360)테인먼트가 받으면서 경영권을 넘긴 모양새다. 특히 정철 공동대표는 이번 블록딜로 개인채무상환을 매듭짓고 수십억의 차익을 남겼다.
| △정철 브이티코스메틱 공동대표이사(사진=브이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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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철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본인이 소유한 브이티 지분 752만 5531주(지분율 21.02%) 가운데 160만주(4.46%)를 주당 2만 7100원에 처분했다. 처분액은 총 433억 6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달 1일 정철 공동대표는 공시를 통해 140만주(3.91%)의 블록딜을 예고(처분 기간 12월 2~27일)했다. 당시 처분 단가는 3만 1620원(보고서 작성일 전날 브이티 주가 3만 4000원 대비 7% 할인)으로 처분 예상액은 443억원이었다. 이후 브이티 주가가 하락(2일 주가 2만 8100원)하면서 실제 블록딜 물량은 20만주 늘었다.
회사 측은 이를 놓고 과거 브이티와 지엠피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과 대출 등 개인채무상환을 매듭짓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 라미네이팅 제조사 지엠피(존속회사)는 브이티코스메틱(소멸회사)을 흡수합병했고, 사명을 브이티 지엠피로 변경했다. 이후 2023년 라미네이팅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지엠피라는 비상장법인을 세웠고, 사명을 현 상호인 브이티로 변경했다.
브이티 관계자는 “과거 회사 합병 과정에서 정철 공동대표 개인적으로 100억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가 발생했고 이를 상환하지 못해 지연이자가 발생했다”며 “또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한 주식담보대출이 16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주식담보대출 또한 상환할 예정”이라며 “정철 공동대표의 개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앞으로 경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철 공동대표는 개인채무상환을 하고 남는 차익이 약 3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특히 브이티 측은 “정철 공동대표는 이번 블록딜 이후에도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면서 “앞으로도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브이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블록딜 물량 가운데 큐브엔터가 절반이 넘는 85만주를 받아갔다.
지난 2일 큐브엔터는 투자수익 제고를 목적으로 브이티 주식 85만주(정철 공동대표 소유)를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양수액은 230억 3500만원(현금 지급) 규모이며 총자산의 15.03%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큐브엔터의 브이티 지분은 9.62%에서 12%로 늘어난다.
큐브엔터 관계자는 “지분법으로 인해 당사 재무제표에 지분만큼의 이익을 인식하게 된다”며 “재무제표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브이티 주식을 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이티 주가가 오르는 추세라 추후 차익 실현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큐브엔터 강승곤 공동대표는 브이티 대표도 겸직하고 있으며 브이티 지분은 5.44% 수준이다. 또 강 공동대표 배우자인 조하나씨도 브이씨 관계임원으로 4.3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큐브엔터 지분 12%와 강 대표·조하나씨 지분을 고려하면 총 지분율은 21.76% 수준이다.
블록딜을 통해 최대주주인 정철 공동대표 지분이 21.02%에서 16.55%로 줄어든 상황이라, 큐브엔터를 비롯한 관계자 지분이 이를 웃돈다.
더구나 3분기 보고서상 브이티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을 보면 ‘VT CUBE JAPAN(큐브엔터 지분 79.7%, 브이티 지분 20.3%)’ 통해 올리는 매출은 215억원에 달한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VT CUBE JAPAN과의 거래내역은 없었다. 3분기 브이티 연결 매출액은 1041억원 수준이다.
큐브엔터 관계자는 “브이티와 함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 내부거래에 해당한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큐브엔터에도 정철 대표가 임원으로 올라 있고 지분 또한 가지고 있어 최대주주 또한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큐브엔터 지분 내역을 보면 강승곤 대표는 36%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브이티가 9.53%, 정철 공동대표가 8.15%를 소유하고 있다.
브이티 관계자는 “공동대표 두 분이 엔터와 코스메틱 분야를 맡는 것으로 돼 있다”며 “정철 대표가 코스메틱 부분을 전담해 종합 뷰티기업을 지향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