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용공여 확대…세부안 마련 눈치싸움

by윤필호 기자
2018.09.28 17:51:04

금융기업·중기 신용공여와 나머지 신용공여 구분 논의
RCPS 요건 강화…부담 커져 활용도 낮아질 전망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오늘(28일)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확대됐다. 하지만 수혜대상인 신용공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실제 시행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신용공여가 넉넉지 않은 일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대 차원에서 발행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활용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부터 자본 인정 요건이 강화되면서 부채 인식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과 종합금융투자회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신용공여가 현행 100%에서 200%로 확대된다.

상반기 증권사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7개사가 있다. 기업신용공여 추가 한도가 100% 확대됨에 적용됨에 따라 이들 증권사의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기업 신용공여 잔고 증가에 따라 대출이자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기업 신용공여뿐 아니라 기존 개인 신용공여 잔고에 따른 이자수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가 세부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시행은 미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기업금융 관련 신용공여와 중소기업 신용공여가 아닌 신용공여의 합계액이 10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에 중첩된 부분이 없도록 확실한 분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양한 신용공여 한도가 있는데 기업금융·중소기업 신용공여를 제외한 나머지 총 신용공여 한도가 100%를 넘으면 안 된다”며 “각각 신용공여 상품이 속하는 분야를 확실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어 유관기관과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되도록 다양한 상품을 기업금융·중소기업 신용공여로 확보하길 원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요구를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사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운데 그간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으로 활용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향후 보수적 운용이 예상된다. RCPS는 일정 기간이 되면 발행 회사로부터 상환을 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를 말한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과 키움증권(039490) 등은 RCPS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해 왔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통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영업용순자본 반영 방식을 개선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RCPS 등 후순위채를 활용해 자본 확충을 하는 과정에서 자본반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반영,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개정안은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가능 시점을 만기일로 간주하고 콜옵션 행사일 5년 전부터 자본인정 금액을 차감하기로 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만기를 고려해 100% 자본으로 인정하던 비율이 60~8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RCPS는 실제 만기 대신 형식 만기만 보고 자본으로 인정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상환 행사 시점을 실질 만기로 보고 5년 이내에 들어왔을 때는 일정부분만 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요건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다”며 “현재 RCPS로 자본 확충을 한 증권사의 경우 이 부분이 빠지면 타격이 있을 수 있어서 시장 충격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