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입주물량 '들쑥날쑥'…전세시장도 출렁인다

by권소현 기자
2018.02.01 16:29:56

올해 강남4구 입주 10년 최대
연말 송파헬리오시티 9510가구 입주해 61% 차지
강동구 올해 73가구에서 내년 1만896가구로 껑충
입주폭탄에 전세값 급등락 예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입주 물량이 10년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 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실질적인 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가 전체 입주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자치구별로 입주 쏠림이 심해 전세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강남4구 입주 물량은 1만5614가구다. 이는 지난해 9886가구에 비해 57.9% 증가한 수준이다. 2008년 3만여 가구 입주한 이후 10년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구별 편중 정도가 크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인 1만548가구가 송파구에 몰려 있고 서초구가 3728가구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에는 1266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고, 강동구 입주 물량은 72가구에 불과하다.

송파구 입주 물량이 이처럼 많은 것은 송파헬리오시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이 짓고 있는 송파헬리오시티는 올해 12월 95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강남4구 전체 공급 물량의 61%를 차지한다.

이를 제외하면 강남 4구의 입주 물량은 6104가구에 불과하다. 송파헬리오시티 9510가구 중 일반분양은 1558가구로 대부분 조합원 물량이라는 점에서 일반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남구 입주 물량도 작년 353가구에 비해 네배 가량 늘어난다. 현대산업개발이 강남구 삼성동 상아3차 아파트를 헐고 지은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416가구가 4월께 입주하고 삼성물산이 강남구 일원동 일원현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루체하임 850가구가 11월 입주한다. 각각 일반분양 물량은 93가구, 332가구 수준이다.

서초구에서는 삼성물산이 서초구 서초동 우성2차 아파트를 헐고 지은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가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고, 오는 6월쯤에는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 아파트 자리에 지어지는 아크로 리버뷰 595가구가 입주한다. 7월 신반포자이(607가구), 8월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829가구), 9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751가구), 10월 방배 아트자이(353가구) 등이 한 달 간격으로 계속 입주한다. 서초구 입주물량 총 3728가구 중 일반분양은 895가구로 24% 수준이다.

강동구에서는 양지산업이 짓는 현진리버파크가 유일한 입주 단지다. 72가구 모두 일반분양 물량으로, 1월 청약하고 2월에 입주하는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다.



2020년까지 향후 3년간 서울지역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연간 1만 가구 이상으로 평년보다는 많은 물량의 입주가 예상되지만 각 구별로 보면 입주 물량이 매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만5542가구가 입주하는 강남3구는 내년 4836가구로 급감했다가 2020년에는 6480가구로 소폭 증가한다. 특히 서초구의 경우 내년 593가구로 올해의 3728가구에 비해 15%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강동구에서는 고덕지구 입주가 대거 몰린 내년에 1만869가구로 급증한다. 이후 2020년에는 전년 절반 수준인 5088가구로 줄어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남4구의 경우 입주 물량이 재건축 단지에 주로 의존해 신규아파트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특히 입주 물량의 증감폭이 심한 편”이라며 “각종 규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이 위축될수록 강남권의 입주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연말 잇달아 관리처분계획 신청이 이뤄진 가운데 승인이 반려되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결과에 따라 강남4구의 입주 물량 공급 부침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조합원 보유 물량인데다 대기수요가 많아 집값 움직임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전세시장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거 물량이 쏟아지면 아무래도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7~2008년 송파구 잠실동과 신천동 일대 잠실 주공1~4단지와 잠실시영아파트 재건축으로 2만 가구 가까이 입주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입주 물량은 집값보다는 전셋값에 영향을 준다”며 “과거에도 강남권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전셋값이 많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