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리스트' 만회 나선 텐센트, 2006년 이후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
by양지윤 기자
2025.01.08 16:27:3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 거대 기술기업인 텐센트가 미 국방부에서 ‘중국 군사기업’으로 분류되면서 홍콩증시에서 주가가 7% 넘게 급락한 가운데 20년 만에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추가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중국 선전시에 있는 텐센트 로고(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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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전날 홍콩증시에 상장한 주식 393만주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 2006년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를 인용해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일 텐센트 등이 포함된 134개 중국 군수기업 목록을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을 포함해 드론 제조업체 오텔로보틱스, 인터넷 연결 모듈 제조업체 퀙텔, 국유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 등 5개 기업이 목록에 추가됐다.
연방 관보에 게시된 공지에 따르면 미국 법률에 따라 공식적으로 ‘1260H 조항 목록’으로 규정된 중국 군수 기업 목록은 매년 업데이트한다.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국방부가 2026년 6월 30일부터 이런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미국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첨단 기술이 민간 투자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텐센트는 성명을 통해 “명단에 포함된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우리는 군사 기업이나 공급업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텐센트가 최근 주주 환원을 강화하는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텐센트 주식 매입에 참여한 것은 회사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 증권 거래소를 통해 텐센트 주식 140억 홍콩달러 규모를 매입, 텐센트는 이날 가장 많이 매입한 주식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선 텐센트의 주가 방어 전략이 약발이 먹힐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베이 선 링 유니온 방케르 프리비의 매니징 디렉터는 “텐센트가 전날 발표한 성명을 보면 텐센트가 미국의 결정이 잘못됐고, 주가 반응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아마도 더 많은 자사주 매입 금액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이로 인해 전면에 부각되고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를 미룰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