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경제위기에 韓성장률 뚝뚝…“수출 활성화로 길 찾아야”

by이명철 기자
2022.11.22 22:00:00

주요 기관들 잇달아 내년 경제 성장률 1%대 전망
반도체 등 수출 직격탄, 尹 23일 수출전략회의 주재
OECD “긴축 통화정책 유지, 재정으로 취약층 지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나 연구기관들은 잇따라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기 지표는 부진하고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국내 수출 등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투자 둔화를 한국 경제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재정정책은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22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9월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 낮춘 1.8%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도 2.7%로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해외에서는 OECD 외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9월 한국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내년 성장률을 1.9%로 예측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내년 한국 성장률을 2.1%에서 2.0%로 낮췄다.국내에서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이 최근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한국 성장률을 각각 1.8%, 1.9%로 제시했다. 민간연구원 중에서도 한국금융연구원(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1.9%),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이 내년 한국의 1%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2.5%)는 물론, 한국은행의 전망치(2.1%)보다 낮다. 한은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인데, 최근 여건을 감안하면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도 11월 최근 경제 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내수의 완만한 개선 흐름에도 높은 수준의 물가 지속과 부진한 수출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과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OECD는 고물가로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민간 소비 회복세가 제약되고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 갈등과 지정학적 문제, 세계적인 경기 둔화는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의 수출에 악재 요인이다.

경기 악화는 수출 등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쳐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해외 순방을 통해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수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23일에는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수출·수주 지원 방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위기 대응 노력과 함께 위기 속 재도약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육성 등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강력한 수출 활성화 의지를 피력했다.

전문가들도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소비·투자 위축, 성장률 하락이 유력한 상황에서 수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활성화와 함께 수입을 줄여야 순수출(수출-수입)을 늘릴 수 있는데 정부의 유류세 인하 같은 정책은 에너지 낭비를 유인해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 같은 정책을 취약계층 핀셋 지원으로 전환하는 등 순수출을 늘리기 위한 정책간 엇박자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OECD는 한국의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도록 당분간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3.0%까지 높였다. 재정 측면에서는 국회의 재정준칙 채택 등 건전성을 강화하면서도 고금리 등에서 취약할 수 있는 가계·기업 대상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노동·자본의 재배분과 기업간 경쟁 촉진 등 규제 혁신도 강조했다.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에 대해선 “적정 노후소득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