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망 사과 안한 인하대 총장, 임기 4년 연장 우려

by이종일 기자
2022.08.31 18:12:34

조명우 총장 9월1일 재취임…임기 4년 연장
지난 4년간 ''불황형 흑자'' 정책, 대학 부실 커져
교원충원 저조로 교육부 평가 탈락 "이미지 추락"
학교시설 안전대책 미흡, 학생사망 사건 발생
교수회 "총장 리더십 취약, 기존 방식 답습 우려"

조명우 인하대 총장.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조명우(62) 제15대 인하대 총장이 학내 학생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 없이 임기를 연장하게 돼 학교 구성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교육부 평가 탈락과 올해 선거 출마 뒤집기로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앞으로 4년간 대학 경영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총장은 9월1일 제16대 총장으로 재취임한다. 취임식 없이 두 번째 총장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 총장은 2018년 8월 총장 선거에서 김민배 교수와 경쟁했다가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최종 선발됐다. 첫 번째 총장 취임 이후 그는 교수 충원, 시설 개선 등 교육여건 강화에 집중하지 않고 교비를 아끼는 방향으로 대학을 운영했다.

조 총장과 학교법인은 퇴직한 교수 수보다 적게 교수를 채용해 교원충원율이 떨어졌고 학교 시설은 노후화돼 갔다. 인하대 전임교원(정년트랙+비정년트랙 교수) 확보율은 조 총장이 취임한 2018년 80.6%였지만 임기 3년이 지난 2021년 79.6%로 1%포인트 하향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30명, 48명의 정년트랙 교수가 퇴직했지만 조 총장은 해당 연도에 신임교수를 25명, 43명만 채용해 결국 2년간 10명의 교수가 부족해졌다. 인하대 정년트랙 교수는 2018년 755명이었다가 지난해 739명으로 16명 줄었다. 반면 비정년트랙 교수는 82명에서 92명으로 10명 늘었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산학협력이나 강의전담 중심으로 일하며 정년트랙 교수 임금의 절반 수준을 받는다. 학교로서는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정년트랙 교수보다 연구활동이 적어 전문성이 떨어진다.
7월 인하대 학생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 = 뉴시스 제공)


인하대 교수회는 전임 최순자 총장의 재정파탄 때문에 어려워진 학교 운영에서 조 총장이 긴축정책으로 ‘불황형 흑자’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돈을 써야 할 곳에 쓰지 않고 아꼈다는 의미이다. 교수회 관계자는 “조 총장 임기 동안 적자가 나지 않았다지만 교육의 질은 떨어졌고 학교 발전은 후퇴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인하대가 지난해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탈락한 것이 조 총장의 ‘불황형 흑자’ 정책과 깊게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 7월 교내에서 발생한 학생사망 사건도 조 총장의 부실한 대학 운영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교육부 평가에서 탈락한 것은 교원충원율 부족이 한 원인이었다”며 “학생사망 사건도 교내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수한 정년트랙 교수의 채용을 늘리고 학교시설 안전성을 강화하려면 재정 확대가 필요한데 조 총장은 그 일을 못했다”며 “학교법인도 재정 지원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조 총장은 지난해 10월 교육부 평가 탈락 책임으로 “차기 총장에게 업무가 인계돼 학교 발전에 지장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 불출마 의사인 셈인데 조 총장은 임기 종료를 2개월 앞둔 지난달 약속을 어기고 선거에 재출마해 구성원의 반발을 샀다.

학생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사과 없이 대책위원회 구성 등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그는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지난 19일에서야 하계 졸업식에서 훈사를 통해 “총장으로서 깊은 도의적 책임감과 송구함을 갖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총장이 언급한 ‘송구함’은 사전적으로 ‘두려워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의미이다. 피해자와 유가족, 학내 구성원에 대한 사과로는 볼 수 없다.

차기 총장에게 업무를 인계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로 인해 조 총장은 구성원의 신뢰를 잃었다. 학교 구성원과 졸업생은 조 총장이 이끄는 인하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하대 전경.


교수회는 “지난 4년간의 쇠퇴가 반복될까봐 두렵다”며 “조 총장은 첫 취임 때 학교 발전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구성원의 공감을 얻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총장은 인하대를 이끌어갈 리더십 기반이 현재 취약하다”며 “앞으로 4년간 부족했던 경영 방식을 답습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표명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동문회는 “지난 4년간 실추된 인하대의 명예와 이미지를 조 총장이 다시 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시금 교육부 평가에서 탈락할 위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사망 사건 등에 대한 조 총장의 공식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2년 후 평가를 통해 총장직 유지 여부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총장은 연임이 결정된 지난 16일 교직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구성원들과 적지 않은 성과를 쌓았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심려를 끼친 일들도 일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실망한 면에 대해서는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 부분에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가 가진 부족함에도 총장 선출 과정을 다시 밟게 된 것은 전환기의 정점에 있는 우리 상황 때문이다”며 “송도사이언스파크 캠퍼스, 김포메디컬 캠퍼스, 각종 정부지원 대형 사업 등은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자산이지만 성공으로 이어져야 나아갈 수 있다”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