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김치’ 난린데 중국산→국내산 표시…올해만 190여곳 적발
by이명철 기자
2021.04.13 17:33:25
농관원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최근 1년간 690개
올들어 전년대비 91% 증가…식당·급식소·배달 등 다양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알몸 배추 절임’ 영상 등으로 중국산 김치 기피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김치 원산지 표시 위반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는 중국산 배추김치를 쓰고서는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하거나 중국산 김치를 사용해 찌개·만두 등을 만들고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업체가 적발되는 등 사례도 다양했다.
|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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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 따르면 최근 12개월(2020년 4월 16~2020년 4월 9일) 배추김치(고춧가루 포함) 원산지 표시를 위반해 공표한 업체는 609개다. 농관원은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 처분일로부터 12개월 동안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있다.
최근 중국산 김치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한 영상에서는 알몸 차림의 남성이 배추가 가득 담긴 구덩이에 들어가 절임 작업을 하는 모습이 퍼졌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쌓여있는 고추 무더기에 수많은 쥐들이 들끓는 영상이 전파된 데 이어 중국산 김치를 꺼리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싼값의 중국산 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업체들의 원산지 표시 위반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농관원 단속에서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체는 9일 기준 191개로 지난해 1~4월(처분일자 기준) 100개보다 91% 급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통상 중국산 김치 가격이 국내산보다 3배 가량 저렴해 업체들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며 “김치는 사실상 연중 상시 감시 품목으로 설정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대표 사례는 중국산 배추김치를 사용하고서 원산지는 국산이라고 표기한 경우다.
이달만 해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김치요리 전문점을 포함한 7개 업체가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했다가 적발돼 원산지 표시 변경 조치를 받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집단급식소가 중국산 배추김치를 구입해 김치찌개로 조리하면서 배추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했다가 적발됐다.
강원 홍천군의 한 막국수 식당은 중국산과 국내산 배추김치를 모두 사용하면서 메뉴판에 김치 국내산만 사용한다고 거짓 표시하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의 장어 식당은 국내산 배추김치와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배추김치로 김치말이국수 등을 판매해놓곤 원산지를 ‘배추김치: 국내산’이라고만 표시해 표시 변경 조치했다.
배달 앱을 통한 음식 주문이 늘어나면서 배달 음식에 들어가는 김치의 원산지 표시 위반도 늘고 있다.
대구에 위치한 칼국수·보쌈 식당은 배달 앱에서 중국산 배추김치를 사용한 비빔밥을 팔면서 국내산 배추라고 속였다. 경남 창원의 도시락 업체도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하고 볶음김치를 만들어 판매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업체도 중국산 김치로 김치우동전골·김치나베 등을 만들었지만 배추김치의 원산지를 국내산이라고 표시했다가 적발됐다.
정부는 원산지 표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원산지를 제대로 알려 소비자 편의를 제고해야 한다는 홍보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이주명 농관원장은 “지난달 하순 김치 원산지 표시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해 130여개의 업체를 적발하는 등 김치 원산지 표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배달앱 등 통신판매중개업에 대한 관리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