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성패 가를 남은 글로벌 임상 3상…헬릭스미스·메지온

by노희준 기자
2019.08.05 16:16:50

헬릭스미스 'VM202' 9월 23~27일 발표
메지온 '유데나필' 11월 16일 美학회 공개
"임상 3상 끝이 아냐" 과도한 기대 경계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에이치엘비(028300), 신라젠(215600) 등 주요 바이오벤처가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글로벌 임상 3상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나머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업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단 악재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시장의 눈이 냉철해진 가운데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K바이오에 대해 냉혹한 옥석가르기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5일 제약 및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084990)(구 바이로메드)는 9월 말에 당뇨병 장기화로 신경이 손상되거나 혈관이 막혀 발에 통증이 오는 ‘당뇨병성신경병증’(DPN)을 타깃으로 한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탑라인)를 발표한다. 탑라인이란 임상 성패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 데이터를 말한다.

부국증권에 따르면 ‘VM202’는 체내에서 간세포 성장인자(HGF)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고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유전자 치료제다. 임상 3상이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부작용과 효능을 보면서 구체적인 약의 복용량을 결정하는 단계로 시판 직전의 임상 마지막 단계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500명의 미국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말까지 임상을 진행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톱라인 발표를 중간점검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번에 발표하는 것이 최종발표”라며 “그 후에는 모든 데이터를 갖고 논문 정리를 해서 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1996년 11월 서울대 학내 벤처로 설립됐다. 원래 사명이 바이로메드였지만 해외 의약품 시장 진출을 앞두고 상표권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3월 사명을 바꿨다. 2005년 기술상장특례 1호로 코스닥에 상장해 상징성도 갖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다음달 2일에서 6일 사이 모든 임상 관련한 정보와 숫자를 동결하는 ‘데이터베이스 락’을 거쳐 다음달 23일부터 27일 사이에 임상 3상의 성패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11월 18일에서 22일까지 미 식품의약국(FDA)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K바이오의 잇단 악재에도 임상 결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다른 바이오벤처의 임상 실패로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있어 일정을 정확하게 공개했다”며 “이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헬리스미스는 지난달 17일 미 샌디에고 임상 워크숍에서 이런 임상 3상 일정을 공개했다.



또다른 바이오벤처 메지온(140410)도 심장을 이루는 좌심실과 우심실 중 하나만 존재(단심실)하는 선천성심장질환 치료후보물질인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을 한 단심실환자를 대상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이라며 “단심실환자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20세 이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에서만 3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고 국내는 몇 천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데나필은 동아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상품명)의 성분명이다. 메지온은 2002년 동아제약의 연구조직이 분사한 동아팜텍으로 설립했다 2012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3년 메지온으로 사명을 바꿨다.

메지온은 최근 임상 3상을 끝내고 지난달 임상 3상 데이터를 확정짓는 ‘데이터 룩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원래는 이달초 임상 3상 탑라인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회사 공지를 통해 메지온과 미국국립보건원(NIH)와의 계약에 따라 NIH측에서 먼저 학회와 학술지에 탑라인 결과를 발표해야 하고 그 전에 회사가 미리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지온의 임상연구는 미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메지온 임상 톱라인 데이터는 오는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심장학회(AHA)2019’에서 발표된다.

일각에선 임상 3상 결과가 좋더라도 ‘신약개발의 끝’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FDA에서 신약 개발 승인을 받는다고 해서 ‘황금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LG화학의 항상제 ‘팩티브’ 는 지난 2003년 국산 신약 최초로 미 FDA 승인을 받았지만 시장성적은 지난 2017년 9억원에 불과하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은)어떤 임상결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임상적으로는 임상평가지표를 만족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시장이 기대했던 결과인지, 다른 경쟁약들의 임상결과와 비교했을 때 비교 우위가 존재하는지 이런 질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