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날 때까지 기도해야죠"…수험생 가족의 간절한 기도[르포]
by손의연 기자
2024.11.14 11:49:39
수능 당일 절·성당 등 종교시설 찾은 가족들
"실수하지 말고, 공부한 만큼만 결실 맺길"
"아이 끝날 때까지 기도…긴장하지 않길"
[이데일리 박동현 정윤지 손의연 기자] “친척까지 온 가족이 나서서 기도하는데, 분명히 잘 볼 거예요.”
|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위해 조계사를 찾아 기도하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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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고3)군의 이모인 60대 이모씨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되는 14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았다. 이씨는 “아침에 애한테 행운이 깃들 것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며 “방금 수능 기원 촛불을 켜고 왔는데 잘 타는지 중간에 한 번씩 확인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절에서 나간 지 10분 만에 다시 뛰어들어와 촛불이 꺼졌나 확인했다.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바람이 들지 않는 구석으로 촛불을 옮기기도 했다.
수능 당일 수험생 가족들의 간절함이 담긴 불빛이 절과 성당 등을 밝혔다. 이날 오전 9시께 조계사는 수험생을 위해 기도하는 학부모 50여명으로 붐볐다. 이들은 ‘수능 대박 발원’ ‘대학 입시 우수 합격’ 등 문구가 붙은 연등을 달고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목탁 소리와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이지연(고 3)양의 외할머니인 강명순(75)씨는 “첫 딸의 첫 손주라 손주 중에 첫 수능이다”며 “자식 땐 3000배까지 했지만, 지금은 그건 못 하고 대신 기도를 많이 한다”고 미소지었다. 강씨는 “지연이가 아프지 않고 공부한 데서 시험 문제가 많이 나와 수능을 잘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은(47)씨도 “엄마들 다 같겠지만, 아이가 노력한 만큼만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럼 만족하겠다”며 “저녁에 아이가 돌아오면 담담하게 고생했다고 맞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틀 전엔 아이가 너무 긴장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첫 애다 보니 나도 긴장됐다”며 “실수하지 말고 아는 한도 내에서 다 맞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명동성당에서 미사가 시작됐다. (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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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에도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미사가 시작됐다. 이윽고 학생들의 이름이 불리자 학부모들은 더욱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기도에 힘썼다.
한 성당 관계자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들에게 오늘 지혜를 모아달라고 기도를 한다”며 “코베르트 유셉 성인이 지혜를 많이 주는 성인이라고 알려져 있어 이날은 다들 그 성인에게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고3 아들을 둔 정혜련(46)씨는 남편과 함께 성당을 찾았다. 정씨는 “다니는 본당이 있는데 오늘 수능인 만큼 특별히 명동성당을 방문했다”며 “공대를 가는 게 목푠데, 실수하지 않고 하던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또 “신앙을 믿는 사람으로서 기도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모(49)씨는 “욕심부리면 안 되는 걸 잘 알고 있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으면 한다”며 “아이가 힘들다고 울기도 했는데, 그럴 때 더 마음이 아픈 게 부모 아니겠나. 믿어주는 게 할 수 있는 일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오늘 아이를 데리러 갈 때까지 여기서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