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살면 집이 공짜"…日 '증여형 임대주택' 주목

by방성훈 기자
2024.02.28 17:18:14

日나가사키서 젊은층 이탈 막으려 새 주택 상품 등장
노후 건물 리모델링후 임대…10년 거주후 무상 양도
자녀 대입 등 교육비 부담 커질때 주거비 부담↓ 구조
파격적인 만큼 입지는 불편…계단 많은 언덕 중간 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10년 동안 살기만 하면 무료로 양도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8일 일본 나가사키시가 젊은 계층을 겨냥해 10년 거주시 무료로 양도받을 수 있는 임대 주택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가사키시는 언덕이 많아 주택 건축이 어려워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는 젊은 계층이 도시를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나가사키시는 전출자 수에서 전입자 수를 뺀 전출 초과자 수는 2348명으로 일본 전체 시구정촌명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세대별로는 20~24세의 전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현지 지방은행인 18신와은행은 소유자만 있고 비어 있는 주택을 싸게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10년 거주 조건을 충족하면 무상 양도하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이른바 ‘증여형 임대 주택’으로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나 20~30대 직장인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생인 경우 10년이 지나면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이 되는데, 자녀 교육비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 맞춰 주거비 부담이 완화하는 구조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다만 파격적인 조건인 만큼 입지 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은행의 리모델링도 비용 절감을 위해 생활에 필요한 최소 수준만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인 메이세이흥산이 2022년 10월 내놓은 증여형 임대 주택을 보면, 거실·식사공간·부엌 외에 방이 3개(3LDK)인 55년된 목조 건물이다. 월세 역시 2만 9000엔(약 25만 6800원)으로 인근 시세(월 4만엔 이상)보다 저렴하지만, 돌계단을 120개 가량 오르내려야 하는 언덕 중반에 위치해 있다. 시내 관공서까지는 도보와 버스로 30분 가량 소요된다.

닛케이는 “고령자가 살기엔 부담스럽지만, 젊은이라면 불편을 감수해 살 수 있는 여건으로 실제 이 주택엔 30대 독신 남성 회사원이 입주했다”면서 “10년을 살고 나면 집을 새로 올릴 수도 있으며, 신축이나 증·개축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기지 상품도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