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리스크에 경기 `휘청`…연 3% 성장률 위태롭다

by공지유 기자
2022.03.31 16:23:17

전 산업생산 두 달째 감소…선행지수 8개월 연속 하락
기업 체감경기 3개월째 악화…우크라 사태에 인플레 우려
올 3%대 상승 어려울 듯…"물가 상방위험, 경기 하방압력"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이윤화 기자] 지난달 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기업 체감경기도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1일 오전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정부가 올해 3%대로 예상한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벌써부터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 1.2% 증가하고 12월에는 1.3% 증가하다가 지난 1월 0.3% 감소하며 감소 전환했다. 전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건 2020년 1~5월 5개월 연속 감소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광공업생산 증가에도 서비스업 등에서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다. 광공업생산은 기계장비(-9.3%) 등에서 줄었지만 반도체(10.1%), 전자부품(5.6%) 등에서 생산이 늘면서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서비스업생산은 보건·사회복지(1.2%) 등에서 늘었지만 숙박·음식점(-4.0%), 예술·스포츠·여가(-7.3%) 등에서 생산이 줄면서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 영향으로 음식점, 주점·비알콜음료점, 숙박업, 스포츠서비스 등에서 모두 감소했다.

투자는 선박 등 운송장비(-17.9%) 및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1.2%)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보다 5.7% 감소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컴퓨터사무용기계 등 기계류(2.1%)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2.4%) 투자가 모두 늘면서 2.1% 증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 기저효과 등으로 서비스업생산과 투자지표들이 감소하면서 생산과 내수지출 모두 전월보다 다소 둔화됐다”면서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이 두 달 연속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먹자골목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8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경기 전환점 발생신호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경기와 수출 호조 등은 상방 요인이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수출 제재 등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도 3개월째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대비 2포인트 하락한 83을 기록했다. 전산업 업황 BSI는 지난 1월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압력 등 향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와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세에 상하이까지 전면 봉쇄하면서 공급망 차질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 부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또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입도 상당한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소비 심리가 좋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이 늘어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저성장 고물가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올해 정부가 목표한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생산과 소비가 미진해 연간 성장률 하향 조정 여지가 있다”면서 “전반적인 공급망 문제와 수요 하락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으로 2%대 후반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1%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3.0% 성장률을 제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물가는 상방 위험이 크고 경기는 하방 압력이 크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2월 전망치(3.0%)가 우크라이나 전면전 가능성 반영 이전이기 때문에 전제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얼마나 클 것인 지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역 여건이 개선될 경우 내수가 회복되는 등 상방 요인도 있을 수 있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