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에 요거트까지…'無라벨'이 아니면 안 팔린다
by정병묵 기자
2022.03.03 15:48:19
생수로 시작한 무라벨 바람 요거트·간장류까지 확대
환경부 PVC 라벨 분리 캠페인 이후 무라벨 음료 고안
"라벨 달고 나오는 제품은 안 사"…가치소비 확산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음료의 제품명과 성분이 표기된 폴리염화비닐(PVC) 소재 라벨이 시장에서 아예 퇴출되는 모양새다.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취향도 페트병 무라벨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요거트 전문 기업 풀무원다논은 떠먹는 ‘아이러브요거트’ 제품 2종에 무라벨 포장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하이트진로음료 ‘석수’,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라벨프리’, 오리온 ‘제주용암수’ 등 무라벨 음료 제품이 잇달아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2020년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했다. 페트병을 제대로 재활용하기 위해 라벨을 직접 뜯어서 버린 뒤 분리수거하도록 한 것. 소비자들이 일일이 라벨을 뜯기 귀찮아한다는 데서 착안, 2020년 롯데칠성음료가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8.0 ECO’를 내놓았다.
무라벨 음료 제품 대중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페트병 표면에 양각으로 제품명을 새기는 아이디어, 그리고 낱병 판매가 가능하도록 낱병 목 부분에 바코드를 포함한 소형 상표띠 적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무라벨 바람은 생수, 사이다에 이어 요거트, 소스류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대상은 작년 장류 업계 최초로 ‘두 번 달여 더 진한 진간장 골드’를 비닐 라벨을 제거한 친환경 패키지로 선보였다. 동원F&B는 지난달 요거트 용기에 부착하던 라벨을 없앤 무라벨 ‘소와나무 비피더스 명장’ 3종(사과·포도·베리믹스)을 출시했다.
동원F&B에 따르면 이번 무라벨 적용으로 연간 약 60t의 플라스틱(지난해 비피더스 명장 판매수량 기준)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0년령 소나무 약 1만5000여그루를 심는 환경보호 효과를 내는 셈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무라벨 제품을 우선 선택하면서 화답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스파클링 워터 2종’ 무라벨 제품은 작년 4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172만병 이상 판매됐다. 무라벨 생수의 원조 ‘아이시스8.0 ECO’도 1억3000만개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무라벨 음료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작년과 올해를 거치며 일종의 ‘필수 요소’가 돼 가고 있는 셈”이라며 “무라벨로 실제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는데다,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으려면 기업들도 ‘ESG 경영’을 외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