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매머드급 폭탄에 다주택자도 세입자도 떤다

by하지나 기자
2021.11.09 19:00:00

공시가격 상승·공시가 현실화·종부세율 강화도
은마·마래푸 보유시 5441만원…작년대비 180%↑
세입자에 세부담 전가…월세화 가속화 우려도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서울 마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공시가 12억6300만원)에 살면서 강남 은마아파트(전용 84㎡· 공시가 17억200만원)를 소유하고 있는 2주택자 A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조만간 날아올 종합부동산세 고지세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1940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계산해 보니 5441만원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당장 동원할 현금이 여의치 않아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내달 종합부동산세 납부일이 본격 도래하면서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역대급 세금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대비 세부담이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올해 종부세 납세고지서와 안내문이 일제히 발송된다. 과세 기준일은 6월1일이며, 납부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역대급’ 종부세가 예견되고 있다. 우선 집값이 급등하면서 종부세의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9.08% 올랐다. 지난해(5.98%)의 3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여기에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시세 대비 70% 수준인 현재의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집값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매년 2~3%씩 공시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종부세율도 인상됐다. 올해부터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이 기존 0.6∼3.2%에서 1.2∼6.0%로 강화됐다. 2주택 이하 소유시에도 기존 0.5~2.7%에서 0.6~3%로 인상됐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기존 90%에서 올해 95%로 올랐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들에 대해서는 세금 증가 한도인 세부담 상한이 기존 200%에서 올해 300%로 강화됐다. 과거에는 아무리 집값이 올라도 작년에 부과된 세금의 2배를 넘지 못했다면, 올해는 최대 3배까지 부과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8월 국회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해 종부세 납부 대상이 18만3000명에서 9만4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세수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종부세수가 5조1000억원, 국회예산정책처는 5조900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2018년까지 1조원대에 머물렀던 종부세수는 2019년 2조6713억원, 2020년 3조6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공시가 12억6300만원)와 대전 유성구 죽동 대전유성죽동푸르지오(84㎡·공시가 3억9600만원)을 보유한 2주택자도 종부세가 493만원에서 1530만원으로 3배 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12㎡·공시가 33억9500만원), 은마아파트(84㎡·공시가 17억200만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82㎡·공시가 18억5600만원) 등 3주택을 보유한 경우 올해 종부세는 1억9681만원으로 지난해(7272만원)보다 170% 상승한다. 이 경우 농어촌특별세, 재산세를 더한 보유세는 2억5978만원으로 작년보다 1억5200만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 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2배로 오르다 보니 지방 아파트를 보유하더라도 다주택자의 경우 세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이미 세부담 확대가 예상됐던 부분이라서 실제로 매물 증가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은 내년에도 계속되면서 앞으로 보유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내년 종부세수가 6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9.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확대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늘어난 월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8~9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 등록은 총2만7304건이며 이 중 월세·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거래는 1만972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 중 40.2%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월세가 낀 임대차 계약 비중은 31.9%를 나타냈다. 2년 전에는 28.1%에 불과했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내년 7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풀리면 전셋값이 재차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계속적으로 여신 규제가 강화되고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경우 월세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