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있는 집 앞서 발길 돌린 경찰..."범죄자 인권? 죽은 여성은?"

by박지혜 기자
2021.08.30 22:59: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자 강모(56)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뒤, 경찰과 법무부가 강 씨의 집을 찾았지만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당시 집에는 살해당한 여성의 시신이 있었다.

강 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30분께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이를 파악한 법무부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지구대 경찰관은 30분 뒤 처음 강 씨의 집에 도착했으나, 인기척이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렸고 두 시간 뒤 다시 방문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각, 보호관찰소 직원들도 현장에 있었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밤 10시께 경찰서 형사과 직원들도 강 씨 집을 찾았지만, 인근 CCTV 영상으로 강 씨가 같은 날 새벽 외출한 사실을 확인한 뒤 떠났다.

당시 집 안에는 강 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 살해한 40대 여성의 시신이 있었다.

특히 평소 강 씨와 알고 지낸 목사가 “강 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신변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결국 강 씨의 추가 범행은 29일 그가 경찰에 자수한 뒤에야 확인됐고, 도주 과정에서 50대 여성 한 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 씨의 모습이 서울시내 CCTV에 포착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0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감시·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심지어 2명을 죽이는 와중에 경찰이 현장에 출동까지 했었는데, 문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는 거다. 영장청구를 하지 못하다 보니 긴급 사안이라고 파악하지 못한 현장 실무자들은 이 사람의 전과조차 알 길이 없었다”며 “그러니까 전과가 14번이고 피해자가 전부 여성이고 두 번의 성범죄 전력이 있고 흉기를 들고 여자들을 위협한다, 생명에 위협을 줬던 전과자들이란 걸 알았으면 왜 경찰이 주거지 안에 들어가지 않았겠는가? 그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교정기록이나 전과기록이 전달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결국 인권보호라는 이유 때문”이라며 “문제는 경찰이 전과기록 조회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전산망에 허가가 주어진 경찰들은, 형사과에서 (지위가) 높은 분들은 조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결국 치안센터에서 현장에 출동하는데, 직위가 낮고 권한이 많지 않은 현장 출동 경찰들도 사실 전과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야 어떤 사람인지 대상자를 알 것”이라며 “이번 건만 아니라 얼마 전에 있었던 제주도에서 중학교 아이가 (엄마의) 동거남에 의해서 살해된 사건도 계속 지구대에 가정폭력으로 신고됐는데 결국 특가법상 보복 범죄를 3번이나 한 사람이란 걸 지구대에서 몰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에 죄명을 넓혀서 전자감독 대상자 숫자가 확 늘었다”며 “기존에 보호관찰 인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렸다”라고도 지적했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 씨의 송파구 거주지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교수는 ‘조두순 사건’ 때, 야간에 시설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중간처우 형태의 ‘보호수용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국회 공청회 등에 참가해 보호수용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그는 실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범죄자들 인권침해다, 처벌받은 사람이니까 위헌적인 논쟁이 있다, 이런 얘기가 있었다”며 “범죄자 인권 얘기할 때마다 제가 언제나 반론으로 제기하고 싶은 게 사망한 두 여성의 인권은 도대체 왜 보호를 못 해주는 건지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금 우리나라는 범죄자들의 전과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경찰에게도 제공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공하지 않으니까 신변을 안전하게 보호할 권리는 보장이 다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를) 야간에 외출 제한만 하고 집에다 내팽개쳐놓지 말고 시설에 들어와서 자면, 수면을 잘 취하고 있는지 아니면 음란물을 보고 있는지 이런 것 정도는 관리할 수 있다”며 “낮에는 출근하고 자유롭게 전자감독 대상자로서 생활하다가 밤에만 일단 주거지 제한만 하지 말고 수용시설에서 좀 생활하게 하면 아무래도 관리 감독을 훨씬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살인·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씨는 지난 26일 오후 집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또 다른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자수했다.

강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31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