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신약 글로벌 진출 3色 전략으로 꽃피다

by노희준 기자
2019.12.18 16:32:42

신약 보유 전통 제약사, 식약처 거쳐 나가는 '2단계 전략'
바이오 벤처 등, 중간에 빅파마 결합 기술수출 전략
대기업 등, 美, EU에 바로 독자개발 및 직접 판매 도전

[이데일리 김다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해외로 뻗어가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진출 ‘3색 전략’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SK바이오팜 등의 대기업은 현지화 채널을 통한 직접 개발, 직접 판매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1조원대 기술수출의 쾌거를 올린 알테오젠(196170)과 브릿지바이오 등 바이오벤처는 주로 신약 개발 중간에 빅파마(대형 제약사)와의 결합을 통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전통제약사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발판삼아 주로 신흥 제약시장(파머징)에 본격 나서는 일종의 ‘2단계 해외 진출’ 전략이 눈에 띈다. ‘K-바이오’의 해외 진출 전략이 대기업, 바이오벤처, 전통 제약사 등 각 사에 맞게 맞춤형 3색 전략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산 신약을 보유한 전통 제약사의 경우 그간 해외 진출을 위해 ‘2단계 접근법’을 주로 써왔다. 국내 식약처를 상대로 우선 신약 개발 허가를 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순차적으로 나가는 전략이다. 주로 동남아시아 등 파머징 시장이 이들의 주된 타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국산 개발 신약 중 가장 성공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을 보유한 보령제약(003850)이다. 카나브정은 식약처 허가를 거쳐 2011년 3월 국내에 출시된 후 중남미와 동남아, 아프리카, 러시아 등 51개국과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해외 진출이 식약처 허가와 국내 발매 이후 이뤄졌다. 주로 2015년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성공 사례가 나오기 전에 쓰던 글로벌 진출 전략이다.

바이오에서는 기술수출이 해외 진출 전략의 주를 이루고 있다. ‘똘똘한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회사 밖에서 도입한 뒤 일부 개발 단계를 거쳐 전임상(동물실험)이나 임상 초기에 해외 빅파마로 이를 넘기는 방식이다. 최근 알테오젠은 환자가 맞기에 불편한 정맥주사용 의약품을 인슐린 주사와 같은 편리한 피하주사(SC)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효소 및 관련 기술을 세계 10대 제약사 한 곳에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큐라티스도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성인 및 청소년 결핵예방 백신기술을 수출했다. 브릿지바이오 역시 지난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폐가 딱딱해지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1조5000억원 규모로 이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은 글로벌 임상 3상 경험이 없는 국내에선 비용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글로벌 수준 기업은 독자개발과 ‘직판’을 무기로 제약시장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바로 나서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셀트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임상 개발은 물론 판매 허가 신청까지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100% 독자 진행해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뇌전증 신약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은 현지 판매 인력을 채용해 직판에도 나선다. 셀트리온도 ‘램시마SC’의 유럽 직판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램시마SC는 인슐린 주사처럼 쉽고 빠르게 맞을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복제약이다. 직판 전략은 현지 영업처에 떼주는 30~40% 상당의 수수료를 없애 수익성도 올려준다. 직접 판매는 글로벌 자체 유통망이 없는 국내 업계에선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현지 법인 설립 및 현지 인력 흡수에 나선 대기업이나 글로벌 수준 회사의 경우 그간의 경험과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이제 해외 진출 전략의 하나가 됐다는 분석이다.

3색 해외진출 전략에 따라 올해에는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국산신약이 나오지 않았다. 2018년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씨제이헬스케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이 마지막 국산신약이다. 매년 1~2개, 많은 경우 2015년처럼 5개까지 국산 신약이 쏟아졌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식약처 패싱’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신약 개발 패러다임이 기존 신약을 개선한 ‘미투신약’(Me Too)개발에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혁신신약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그간 개발 경험이 축적된 데다 결국 미국과 유럽에서 검증을 받아야 하고 기술수출에서도 현지 데이터가 유리하기 때문에 초기 임상부터 해외로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