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세탁' 당할 뻔한 '익안대군 영정…18년만에 제자리로(종합)

by이정현 기자
2018.10.10 13:50:51

전주이씨 종중서 도난…문화재청이 되찾아 반환
이성계 셋째아들 초상화 이모본으로 가치 커
도난 18년만에 반환…"잃어버린 문화재 계속 찾겠다"

18년 만에 전주이씨 종중의 품으로 돌아가는 익안대군 영정. 2001년 도난 당한 후 일본에 밀반출되는 등 ‘문화재 세탁’될 뻔 했으나 문화재청이 되찾아 10일 반환했다.(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도난 문화재, 팔 수도 없고 사서도 안 된다.”

도난당한 ‘익안대군 영정’(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이 도난 18년 만에 전주이씨 종중의 품으로 돌아갔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고궁박물관에서 익안대군 영정 반환식을 열고 본 주인인 전주이씨 종중에 전달했다. 그는 “18년 만에 잃어버린 문화재를 돌려 드리게 돼 돌아가신 조부가 돌아오신 느낌이다”라며 “대체품까지 만들려던 전주이씨 종중의 애끓던 마음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의 집념과 국민의 도움으로 달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도난 문화재는 이제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문화재 도난 방지에 힘쓰겠다고 했다. “익안대군 영정은 되찾았으나 아직 수만 점의 도난 문화재가 남았다”며 “도난 문화재의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선의취득을 배제하는 법령을 정하는 등 회수하는데 전력을 다해 우리 조상에게 죄짓는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익안대군 영정은 본래 충청남도 논산 전주이씨 종중이 영정각 내에 모시고 있다가 도난당했다. 절도범으로부터 장물(영정)을 산 브로커가 일본으로 밀반출한 후 다시 구입하는 수법으로 위장되어 국내로 반입됐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영정이 국내에서 숨겨져 있다는 첩보를 지난해 입수하고 지속해서 수사한 끝에 이번에 영정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내사 시작 후 조사 및 설득 그리고 회유까지 1년여가 걸렸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이데일리에 “도난 문화재를 일본 등 외국으로 불법 반출했다가 국내로 들여온 것은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일본인으로부터 구입했다고 세탁하기 위해서로 추정한다”며 “과거에는 이와 유사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문화재 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도난 문화재를 밀반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수한 익안대군 영정은 태조 이성계의 셋째아들 방의의 초상화다. 조선 시대 도화서 화원 장득만이 원본을 참고해 새로 그린 이모본 작품으로 추정된다. 조선 시대 사대부 초상화의 전형적인 형식과 화법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자지간인 현재 태조 어진과의 용모를 비교해 볼 수 있으며, 형제 관계인 정종과 태종의 모습 또한 유추해 볼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초상화로 평가된다.

익안대군(1360~1404)은 1392년 이성계가 즉위하자 익안군에 봉해졌으며 1398년(태조 7년)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자 태종 이방원을 도와 정도전 세력을 제거함으로써 정사공신 1등에 책록됐다. 이방원이 실권을 장악한 뒤 방원, 방간과 함께 개국공신 1등에 추록된 역사적인 인물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익안대군에 대해 ‘성질이 온후하고 화미한 것을 일삼지 아니하였고, 손님이 이르면 술자리를 베풀어 문득 취하여도 시사는 말하지 아니하였다’라고 썼다.

10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전주이씨 종중에 ‘익안대군 영정’이 담길 오동나무 보관함을 전달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