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면 개편'..기대 반 우려 반(종합)

by최훈길 기자
2017.12.28 17:12:36

효율성→공공성 기조 변화, 일자리 창출 강조
내년부터 123곳 적용, 시민단체도 평가단 참여
3년 전 文 대통령 ''사회적 가치'' 법안 벤치마킹
"대국민 서비스 강화" Vs "부채, 방만경영 우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년부터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윤리경영을 하는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게 된다. 경영 효율성보다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평가 기준이 전면 개편된다. 정부는 공공서비스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공기관의 부채가 느는 등 방만 경영이 우려된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확정했다.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제정된 지 10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편이다.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평가 지표가 신설된 점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6월 국회의원 시절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내용이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기관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안전 등을 ‘사회적 가치’로 꼽았다.

실제로 28일 공개된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에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 및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5대 지표가 포함됐다. 이 같은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에 경영관리 평가 배점(55점) 중 가장 많은 배점(22점)이 배정됐다. 특히 일자리 창출 지표(7점)에 최대 배점(경영관리 지표 기준)이 부여됐다.

윤리경영 평가 항목도 신설됐다. 채용비리 등 중대한 사회적 책무를 위반하면 평가 등급이 내려 가고 성과급도 깎인다. 반면 국가경제에 공헌하면 공운위 의결을 통해 평가 등급, 성과급을 올리기로 했다. 3년 임기 중에 한 번 실시했던 공공기관 감사에 대한 평가는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결과를 인사 참고자료로만 활용했던 것을 개편해 성과급과 연계하기로 했다.



경영평가단 구성도 바뀐다. 현재는 행정·경영학과 교수 중심으로 평가단이 구성됐다. 앞으로는 시민·사회단체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 참여에 대한 평가 항목을 신설하고 우수 사례를 시민평가단이 직접 평가하기로 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평가 지표, 평가단은 각각 다르게 구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개편안은 123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에 내년부터 적용된다. 내년도 경영실적에 대한 첫 경영평가 결과는 2019년 6월에 나올 예정이다. 내년 중으로 절대평가를 늘리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2단계 과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김용진 차관은 “(그동안) 획일적인 부채감축 정책으로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 같은 개편으로) 국민을 위해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공공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관리가 느슨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량화된 평가 지표가 줄어들수록 주먹구구식 평가를 할 우려가 크다”며 “부채 평가가 제대로 안 되면 정권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무리한 부채를 떠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준정부기관의 경우 ‘업무효율’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D3)는 전년보다 33조원 늘어 1036억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공기업(비금융 기준) 부채는 386조4000억원에 달했다. 토지주택공사(LH), 한전(015760) 및 발전자회사 6곳(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남부·중부·남동·동서발전),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부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기관장’ 방지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전문성 없는 대선 공신들의 낙하산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른 제도를 바꿔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