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과제

by노희준 기자
2017.09.07 17:06:52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정 이후 금융권 인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과 공석인 수출입은행장이 7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로부터 각각 임명 제청을 받았다.

구조조정 전담창구인 양대 국책은행이 새 사령탑을 맞으면서 ‘사람중심경제’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기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첫 시험대는 매각 무산 위기에 처한 금호타이어(산업은행)와 독자 생존의 시험대에 올라있는 성동조선해양(수출입은행) 등 현안기업들에 대한 처리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이동걸(64) 동국대 초빙교수를 임명 제청했다. 박근혜 정부의 ‘친박’인사로 분류됐던 같은 이름의 이동걸 현 회장은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이 내정자는 민관을 두루 경험한 개혁 성향의 학자다. 장하성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와 경기고 동문이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됐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노무현 정부 땐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엔 최흥식 금감원 내정자에 이어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선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해 가계부채 대책 수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당면 과제로는 기업 구조조정 수행이 우선 꼽힌다.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PEF) 등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현실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첫번째 이 회장의 구조조정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년여를 끌어온 금호타이어 매각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현재 더블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추진 중이다. 채권단은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꾀했지만 ‘금호’ 상표권 문제와 더블스타의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에 직면하면서 기업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올초 법정관리 벼랑끝에서 2조9000억원의 ‘몰핀’을 맞고 응급실에 잠시 실려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및 매각이라는 지난한 과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매각이 추진 중인 대우건설 등 또다른 현안기업도 첩첩이 쌓여있다. 이 내정자 취임으로 전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정책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이 내정자는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건설·항공·조선·해운·방산기업 등을 거느린 사실상 국내 최대 재벌기업에 가깝다. ‘낙하산 취업’과 부실 관리 등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초래한 비금융 자회사 매각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성장기업과 핵심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도 챙겨할 과제다. 이 내정자는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산업은행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며 “구조조정과 같은 현안을 빨리 해소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경북(64)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美 예일대 금융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