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 `경고등`…차이나리스크 우려 `슬금슬금`

by유재희 기자
2016.11.17 15:53:03

위안화가치, 달러대비 8년5개월만에 최저
中부양의지·트럼프 충격 등 복합적
추가약세 가능성…"차이나리스크 재연 가능성은 낮아"

자료: 중국 인민은행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차이나리스크에 코스피가 휘청거렸던 지난해 8월과 올 1월 악몽이 다시 슬금슬금 되살아날 조짐이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버블(거품)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는데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초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7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8692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일 6.8592위안에서 0.15% 상승(위안화 절하)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08년 6월 이후 8년 5개월만에 최저치다.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위안화는 10거래일 연속 절하됐고 이 기간 위안화 가치는 1.78%나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이후 하락률만 해도 2.87%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위안화의 가파른 약세 배경으로 크게 세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트럼프 당선 이전까지는 중국 부동산 가격 거품과 경기부양을 위한 외환당국의 절하의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리스크도 더해지면서 위안화 약세 압력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위안화 약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약으로 대(對)중국 수입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위안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의 전반적인 약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연초 기승을 부렸던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 중국 외환시장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안화 추가 약세 전망이 확산되면 중국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안화의 지속적인 약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라는 얘기다.

시장 관심은 중국 경기 불확실성과 위안화의 가파른 약세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차이나리스크가 재연될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다만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연초와 현재 중국경제 펀더멘털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또 위안화 약세가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것.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상수지 흑자와 안정적인 외환보유고 등을 고려할 때 펀더멘털에 따른 위안화 절하 기조로 보기 어렵다”며 “역내외 위안화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 유출 압력도 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팀장도 “연초 위안화 약세는 중국 기업의 부채 리스크, 경기 경착륙 우려 등 내부적인 요인이 컸지만 지금은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으로 중국발(發) 신용경색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펀더멘털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나리스크 재연 가능성을 완화시켜주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의 시장 통제력에 대한 신뢰 강화, 자본 유출 압력 완화 인식 등으로 위안화 환율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 악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위안화 하락에도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우려감을 낮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로 3분기에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가 중국 내부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인식으로 연초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