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 없던 'TV 불황'에도…삼성·LG 위협하는 中 질주

by조민정 기자
2024.01.04 17:41:19

中 하이센스·TCL 작년 출하량 10%대 상승
자체 패널 생산 능력 향상하며 ''가격 우위''
수요 침체 장기화…프리미엄 시장도 위협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로 TV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와중에 중국 기업들은 점유율을 확대하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체 TV 패널 생산에 성공하며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데다 저렴한 가격까지 내세우며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지금은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이끄는 프리미엄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TCL이 독일 베를린 IFA 2023에서 꾸린 전시관. (사진=김응열 기자)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하이센스와 TCL의 지난해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각각 10%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3.8%, 12.9%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여파 탓에 중저가 모델에 주력하는 TV 업체들의 출하량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중국 업체들만 유독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TCL은 국내에서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그러나 전 세계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중국의 주요 가전·TV 회사다. 액정표시장치(LCD)를 기반으로 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하이센스는 중국 내에서 TCL과 경쟁하고 있는 업체다.
2023년 주요 TV 브랜드와 TV OEM/ODM 관계.(자료=트렌드포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자체적인 패널 생산 능력 향상 △가격 경쟁력 우위 △해외 진출을 통한 지역 다변화 등 세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센스와 TCL은 자국 내 부품 공급업체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TCL은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를 통해 완제품·디스플레이 수직 계열화에 성공해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아울러 이들 업체는 멕시코,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추가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하이센스와 TCL은 중저가 제품인 LCD TV를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군도 출시하면서 대형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TCL은 이미 QLED와 미니 LED TV 등 초대형·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갖춘 상태다. 지난해 말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칫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상위 글로벌 가전 업체들은 2022년 2분기부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저가 TV를 출시해 초기 구매로 소비자들을 사로 잡고 이후 후속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TV 브랜드, OEM과 ODM은 백라이트 장치, 기계 부품, 메인보드와 전원 보드와 같은 전자 부품을 최적화해야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센스와 TCL, 창홍 등 중국 기업들은 오는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한국 기업 바로 옆에 전시관을 꾸려 신제품을 선보인다. TCL은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원스톱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등 100개 이상의 첨단 제품을 공개한다. 하이센스는 차량용 프로젝션 시스템, 스마트 빌트인 식기세척기 등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