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에게 강한 울림”…지진 현장에 남겨진 동물들

by이재은 기자
2023.02.22 18:36:28

HSI “숨진 동물 수 증가 전망”
구조 고양이 입양한 소방대원
생존자들이 토끼 등 돌보기도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가운데 극적으로 동물이 구조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진 피해 현장에서 개나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등 거리를 배회하는 동물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일대 건물에서 탈출하지 못한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현지시간) 국제동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은 누리집을 통해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절박함이 담긴 개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HSI 소속으로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 파견된 한 관계자는 “우리 팀은 가장 취약한 지역에 있는 동물을 향해 간다”며 “타박상, 영양실조, 탈수 등 상태인 개와 고양이를 매일 구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 생존자들은 현장에 남겨진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걱정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붕괴 현장이 어디에 있든 남겨진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고 설명했다. 또 구조 활동 이외에도 탈수 상태의 동물들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길마다 물그릇을 가져다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참사로 숨지거나 다친 동물의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다면서도 “그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모든 것을 잃은 이곳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안전하다는 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trtworld SNS 갈무리)
실제로 현지 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존자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있거나 구조한 동물을 입양하는 등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방송인 TRT는 최근 SNS에 가지안테프의 한 임시 거주 시설에서 사람들이 토끼를 안고 있거나 앵무새를 돌보는 등의 사진을 올리며 “반려동물은 집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참사 생존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고 적었다.

TRT는 알리 카카스(33)씨가 피해 현장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입양한 사례도 소개했다. 이 고양이는 가지안테프의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지진 발생 129시간 만에 구조됐고, 튀르키예어로 ‘잔해’를 뜻하는 ‘엔카즈’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카카스씨는 엔카즈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입양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스씨는 구조 현장에서 약 400㎞ 떨어진 마르딘의 자택으로 엔카즈를 데려간 뒤 “엔카즈와 나는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서로 함께 보듬으면서 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집계된 사망자 수는 4만 7000여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 20일 규모 6.3의 지진이 다시 일어나며 사상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