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할해도 OK" LG화학, 3분기 실적서 건재 과시한 석유화학
by경계영 기자
2020.10.12 16:16:34
전지사업 물적분할 후 우려 커진 LG화학
석유화학 등 남은 사업부문 수익성 개선 보여줘
3분기 매출액·영업이익 ''사상 최대'' 기록 경신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 발표 이후 남아 있는 사업부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승부수를 띄웠다. 창사 이래 첫 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고 사상 최대치라는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석유화학사업이 이번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데서 눈길을 끈다.
LG화학(051910)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0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했다고 12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8% 늘어난 7조50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권가가 전망한 3분기 영업이익이 7117억원(에프앤가이드 집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이뿐 아니라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7조4510억원 이후 3분기 만에 영업이익은 2011년 1분기 8313억원 이후 9년여 만에 각각 최대 규모다.
| 단위=억원, 자료=LG화학 (* 매각된 편광판 사업 제외 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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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실적 설명 컨퍼런스콜과 함께 분기 최종 실적을 내놓던 LG화학은 이번 3분기 처음으로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현재 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정도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주주와 투자자가 더욱 정확한 실적 예측과 기업가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잠정 실적을 공시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이차전지) 사업을 떼어내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투자한 소액주주는 크게 반발했다. 주가도 지난달 24일 61만1000원까지 물적분할이 알려지기 직전인 같은달 15일 72만6000원 대비 15.8% 미끄러지기도 했다.
LG화학으로선 전지사업부문이 아니더라도 남아있는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 사업부문의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부분을 주주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었다. LG화학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지사업부문 결정 이후 남아있는 사업부문에 대한 성장성, 수익성 등도 괜찮다는 것을 어필하려 이번 잠정 실적 발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3분기 실적에서 석유화학사업부문이 깜짝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ABS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제품인 ABS와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간 t당 스프레드는 2분기 평균 971.4달러에서 3분기 평균 1149.5달러로 크게 뛰며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가전 분야뿐 아니라 중국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ABS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이뿐 아니라 건설자재 등에 쓰이는 PVC, 장갑을 비롯한 위생용품에 쓰이는 NB라텍스 등도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2분기 첫 흑자를 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가 상반기에 비해 저조해 실적 개선세를 제한한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은 오는 21일 실적 설명회 컨퍼런스 콜과 함께 최종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