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7.06.26 17:22:36
7월 초중순에 줄줄이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
금융 수장도 결정 안 돼 불확실성 높아
연초 신중했던 경기전망도 엇나가
올해 전략 큰 틀 유지하되 미세조정 여지 열어놔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요새 고민도, 숙제도 많습니다”
시중은행의 한 전략담당 임원은 요즘 하반기 경영전략을 짜는데 골치가 아프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정책 방향에 부응해야 할 텐데 금융정책은 물론 금융당국 수장도 오리무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영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전략 수립에 나선 시중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연간 계획을 수립했던 연초에 비해 정권부터 바뀌는 등 경영환경이 급격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3일 임원급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은행 일산 연수원에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상반기 성과를 점검하고 연초 수립한 연간 경영전략에서 조정할 부분을 논의하는 자리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은 소속장급 이상이 모두 모여 상반기 우수 성과자 시상과 하반기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진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음 달 21일 각각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기흥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우리은행은 22일에 일산 킨텍스에서 각각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도 다음 달 중순을 전후해 지주뿐 아니라 계열사 임원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가진다.
이같은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담당 임원들은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보통 하반기에는 연초에 세운 경영전략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상반기 성과와 하반기 전망을 반영해 미세조정하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올해에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정책을 이끌 수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미세조정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통상 12월 대선을 치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이 취임하는 2월까지 대체적인 윤곽이 나왔던 만큼 하반기 경영전략 짜기가 이처럼 고민스러웠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전 업종 공통인 일자리창출과 정규직화만 봐도 업권마다 진행상황과 여건이 다른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일단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힌 상황이다. 서민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아직 없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선 금융위원장부터 결정이 돼야 은행들도 코드 맞추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약은 있어도 어느 정도 구체화할 것인지,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만한 단초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경영전략 수립의 전제조건인 경제상황도 연초 전망에 비해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시중은행장들은 신년사에서 키워드 중 하나로 일제히 리스크 관리를 제시했다. 그만큼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투자은행(IB), 신용평가기관 등도 상향조정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전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근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내부적으로 경기전망이 틀렸다고 진단할 정도로 경기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경기상황에서는 교과서대로라면 공격적으로 대출자산을 늘려야 하는 시기”라며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이어 8월에 가계부채 대책까지 내놓을 예정인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시중은행들은 일단 작년 연말에 짜놓은 올해 경영전략 기조를 토대로 새 정부의 금융정책을 일정부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은 디지털과 글로벌,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시너지 효과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은 “연초에 비해 하반기에 상황이 상당히 바뀌긴 했지만 연초 세운 경영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큰 틀 안에서 하반기에는 바뀐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