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의 입-트럼프의 손, 누가 셀까…슈퍼볼급 청문회 관전포인트
by김형욱 기자
2017.06.07 16:29:50
'러 스캔들' 수사, 트럼프 개입 여부 최대 쟁점
美 지상파 3사 생중계…'폭탄급 발언' 나오나
| 제임스 코미(왼쪽)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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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입(증언)이냐, 현직 대통령의 손가락(트윗)이냐.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한판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코미는 8일(현지시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 증언대에 선다.
코미 전 국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혔었다. 지난해 대선 직전 트럼프의 경쟁자이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조사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트럼프 캠프 연루 의혹 수사를 강행하다 한 달 전인 5월9일 전격 경질됐다. 정치 중립을 위해 임기가 보장된 FBI 국장이 중도 해임된 건 이례적이다. 이는 결국 특별검사 수사로 이어졌고 코미도 퇴임 후 한 달 만에 증언대에 서게 됐다.
이번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는 코미의 입을 통해 주요 의혹이 얼마나 사실로 확인되느냐다. 러시아 스캔들과 이를 조사하던 코미 전 국장 해임을 둘러싼 의혹을 이미 셀 수 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중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었다. 트럼프 측도 명백한 증거가 없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은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해 왔다. 코미가 이 청문회에서 주요 의혹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밝힌다면 미 정가는 핵폭탄급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전 FBI 국장이 정보당국 수사내용을 공개석상에서 밝히진 않으리라는 게 BBC를 비롯한 외신 전망이다. 이날 청문회는 공개 증언 후 비공개 증언 기회도 있다.
트럼프가 FBI의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는 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 코미를 불러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플린은 취임 전부터 러 관료와 접촉해 의혹에 불을 지핀 끝에 해임된 인물이다. 코미 국장은 이때의 대화 내용을 ‘메모’로 남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트럼프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 등 각 정보국 수장에게도 비슷한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이중 코츠 국장은 코미보다 하루 앞선 7일 청문회에 출석한다.
|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재직 중이던 지난달 3일 미 상원 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 선서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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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전 코미에 충성 맹세를 요구했는지, 코미가 트럼프에게 수사 대상이 아님을 확인해 줬는지 등 의혹에 대한 질문도 예상된다. 삼권 분립을 중요시하는 미국에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기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충성 맹세를 요구하는 것 역시 작지 않은 스캔들이다. 만에 하나 코미 국장이 압력을 느꼈다고 밝힌다면 의회 내 탄핵 목소리는 더 커지 수 있다. ABC뉴스는 코미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코미가 의회에서 트럼프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직접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가 스스로 우려했던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이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에 왜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 내용을 공개했느냐 여부도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코미의 이 발표는 박빙이던 대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결국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관심도 뜨겁다. 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밤 11시)부터 시작되는 이번 청문회는 CNN은 물론 ABC와 CBS, NBC 등 미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생중계에 나선다. 스포츠 중에서도 ‘빅 이벤트’급 편성이다. CNN은 “지루한 것으로 여겨 온 의회 청문회가 정치권의 슈퍼볼(미 최대 인기 스포츠인 풋볼 챔피언결정전)이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6일 공화당 지도부와의 회의 후 코미 국장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의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을 막지도 않았다. 백악관은 기밀유지를 이유로 전·현직 공직자의 증언을 막을 권한이 있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도 코미의 발언권을 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트럼프 진영 역시 사생결단의 자세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WP는 “트럼프 진영은 코미 전 국장 증언의 신뢰성을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미가 앞선 청문회에서 한차례 잘못된 증언을 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코미를 선거 개입에 몰두하는 인물로 묘사하는 TV 광고를 선보일 계획이다. 트럼프가 직접 나서 생중계 도중 특유의 실시간 ‘폭풍 트윗’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리란 전망도 나온다.
미 워싱턴 정가는 물론 뉴욕 월가도 숨죽이고 있다. 6일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 산업30을 비롯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미가 청문회에 나서는 날 때마침 영국 총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동시에 펼쳐진다. 이 결과에 따라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입과 기업 법인세 감세 등 트럼프의 경기부양 정책의 시행 규모와 속도가 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