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억엔 송금…위안부 할머니들 "1000억 줘도 역사 못 바꿔"
by유현욱 기자
2016.08.31 16:48:46
할머니들, 화해·치유재단의 지원금 1억원 무더기 수령 거부
"국민이 있으니 끝까지 싸우겠다"
| 31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앞에서 열린 제124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비를 맞으며 “한·일 양국 정부는 역사를 지워버리는 담합을 강행했다”며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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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과 ‘위로금’ 10억엔(108억여원)을 받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종결지으려 한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3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외교장관 합의’ 강행을 이같이 규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주도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 재단’ 계좌에 이르면 이날 10억엔을 송금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해·치유 재단은 이 출연금의 일부를 활용해 국내 생존 피해자와 사망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과 200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의기억재단은 화해·치유재단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화해와 치유를 강요하며 일본 정부에 굴종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의기억재단은 이날 “화해·치유 재단이 과연 누구와 화해하고 누구를 치유한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김복동(90) 할머니는 이날 쌀쌀한 날씨에 빗줄기를 맞으며 “100억이 아니라 1000억을 줘도 역사를 바꿀 수 없다”며 “국민과 젊은이들이 있으니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할머니는 길원옥(89) 할머니와 함께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위로금이라며 돈을 받는 것은 정부가 피해자를 팔아 먹는 행위”라며 1억원의 수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 거주 중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도 전날 “1원이라도 법적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며 지원금 1억원 수령을 거부했다.
정대협과 나눔의집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12명이 넘는 피해 할머니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40명 중 적어도 30%에 달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다. 타결된 합의안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와 반성이 포함됐으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당시 한·일 외교장관은 한국 정부가 지원재단을 설립하면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금 10억엔을 출연받기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화해·치유재단 출범에 반발한 정대협과 나눔의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지난 6월 정의기억재단을 설립했다. 정의기억재단은 시민 10만명 등에게 받은 기부금 10억원으로 세워졌다.
한편 김복동 할머니 등 12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전날 “정부가 (위안부) 피해 구제를 포기해 추가로 정신적·물직적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총 1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