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앞둔 상황서 바이든 중동行 승부수, 묘수 있을까
by김정남 기자
2023.10.17 18:29:54
바이든, 18일 이스라엘 전격 방문
하마스 고립, 확전 자제 촉구 포석
PA 수반과 회동 주목…힘 실어줄듯
인질 200명 안팎 추정…확전 변수
[이데일리 김정남 박종화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앞둔 일촉즉발의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제거를 벼르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는 이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놓고 이란은 선제 조치까지 거론한 상황이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모아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5차 중동전쟁을 막고 중동 패권을 탈환할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
| (사진 왼쪽부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이어지는 중동 방문에서 이들 아랍권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을 연다.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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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나흘 만에 재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만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콜로라도 방문 계획을 갑자기 미루고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하면서 이스라엘 방문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블링컨 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CBS와 인터뷰에서 하마스 제거를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 방문도 확전 자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중차대한 시점에 이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이스라엘은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구호물품을 제공하는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별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로부터 그들의 군사 작전에 대한 최신 정보를 들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수백명의 미국인들의 석방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중동 내 ‘맹방’ 이스라엘에 대한 최고 수준의 지지 표명과 동시에 가자지구 지상전은 용인하되 최소한으로 진행하라는 확전 방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을 통해 두 의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은 뒤 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요르단으로 이동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비롯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아랍 정상들과도 잇따라 만난다. 하마스를 철저하게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하마스와 나머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압바스 수반과의 만남은 더 관심이 모아진다. 팔레스타인 정파 중 온건 노선을 보여온 PA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CBS 인터뷰를 통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목 받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되,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중이다. 장기적으로 독립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의 주권과 영토를 인정해 이스라엘과 평화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2개국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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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바람대로 중동 확전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하마스 복수에 대한 이스라엘의 의지가 너무 강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하마스는 맞불 작전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오바이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지상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점령자(이스라엘)의 위협은 두렵지 않다”며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가자지구 접경지대에서는 간헐적인 교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알카삼 여단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살해한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3000명에 육박했고 이스라엘 측에서는 1500명가량 숨졌다.
이런 와중에 이란은 선제 조치까지 거론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국영방송에서 “저항단체 지도자들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중동 내 대표적인 반미·반이스라엘 국가다. 그동안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확전의 변수는 인질이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협상이 어려워져 인질 살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인질의 수가 19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반면 하마스는 200명을 데리고 있으며, 다른 분파가 50명을 따로 억류해 인질은 총 250명 규모라고 전했다. CNN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미아 심(Mia Schem)이라는 이름의 21세 프랑스계 여성 인질의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