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대표 “차별화보다는 우리만의 색깔을 내는데 주력”
by박철근 기자
2016.08.25 16:39:29
기존 M&A업체 안정화 주력
스타트업식 조직문화 대기업에도 효과적
올해 매출 목표 1000억원…전년대비 2배↑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발족... "업계 의견 대변할 것"
[제주=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아직도 음식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은 많다. 이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보다는 우리만의 색깔을 내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경쟁사들이 배달의민족의 전략을 많이 따라하고 있다.”
‘2016 벤처썸머포럼’이 열리는 하얏트리젠시제주에서 만난 김봉진(40)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성공비결을 이같이 꼽았다.
김 대표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다”며 “네이버(035420)가 포털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카카오(035720)의 차별화를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배달앱 업계 최초로 TV 광고를 실시한 것과 온라인 주문 외에도 기존 배달주문방식인 전화주문 방식을 겸용하는 등 배민만의 색깔을 찾는 데 주력했다”며 “이후 경쟁사들도 우리의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적자에 시달리며 사업 모델의 유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을 줄인 덕에 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며 “하지만 오히려 투자자들은 지금의 영업흑자보다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답게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계획중인 기업공개(IPO)도 빨리 하기보다는 크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대표는 배민이 올해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O2O 업체들이 사업 초기에는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지만 시장에 안착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얼마든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스타트업이 생긴다는 것은 다양한 기업가들이 등장해 사회가 풍성해지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의 잇단 성공은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스타트업 조직문화로 변신을 선언한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빠른 의사결정과 변화 대응력을 갖춘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도입하기 위해 △상호존중 △양방향소통 △형식타파 등을 골자로 한 행동양식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많은 대기업들과 조직운영 및 문화와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들이 구축하기 어려운 감사, 재무 등의 노하우를 대기업으로부터 배우고 대기업에는 스타트업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전파하는 식이다.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25일 하얏트리젠시제주에서 열린 ‘2016 벤처썸머포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등장이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벤처기업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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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직원 책상의 파티션을 없애고 업무 시간 내내 음악을 틀어 놓는다. 직원들간의 잡담도 독려한다. 그는 “아무리 잡담을 하더라도 결국 그 내용에는 사업이나 회사 얘기를 하게 된다”며 “자유롭게 얘기하다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 회사발전과 연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문화 확산을 두고 단순히 스타트업·벤처기업 흉내만 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행동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고 생각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잇단 인수·합병(M&A)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3월 배민수산을 통해 수산시장에서 회를 배달해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어 덤앤더머스를 인수해 ‘배민프레시’를 설립하고 반찬과 아침 식단 등 신선식품 배달 분야에도 본격 진출했다.
김 대표는 “모두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합성)시장의 성장성을 염두에 뒀던 것”이라며 “향후 1~2년은 추가 M&A보다는 기존 인수 업체들이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한 숨 골랐던 마케팅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런 전략이 의도대로 실현된다면 지난해 495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김 대표는 최근 스타트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발족 준비를 총괄하는 등 대외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는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스타트업 대표들끼리도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진 대표는
△1976년 전남 완도 출생 △서울예대 실내디자인과 졸업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졸업 △네오위즈·NHN 브랜드 마케팅팀 근무 △우아한 형제들 설립(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