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문 시위 35주년, 中 삼엄한 분위기 속 조용한 하루
by이명철 기자
2024.06.04 18:11:21
톈안먼 광장 주변 통제, 소셜미디어 등도 검열 강화
중국 내 특이 동향은 없어…홍콩선 행위예술가 연행
대만 등 해외 기념행사 열려…라이칭더 “잊지 말아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 35주년인 4일 중국에서는 삼엄한 분위기 속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시위 같은 돌발행동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톈안먼 주변이나 소셜미디어 등은 통제됐고 홍콩은 시위를 추모하려던 예술가가 연행되기도 했다.
| 4일(현지시간)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앞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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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중국 베이징에서는 이날 톈안먼 광장 진입이 통제됐고 톈안먼 광장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역 출입구도 임시 폐쇄됐다.
톈안먼 주변은 중국에서 주요 행사가 있을 때나 춘절 연휴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 통제가 이뤄진다. 이번 통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집회나 시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톈안먼을 중심으로 베이징 도심 주변에서 이전보다 불심검문이 부쩍 강화됐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소셜미디어인 위챗(웨이신) 앱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이 프로필 사진을 변경할 때 ‘시스템 유지 보수’를 이유로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필 사진에 톈안먼이나 촛불 같은 관련 이미지를 올리려는 시도를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주요 사이트에서 톈안먼과 관련한 사진을 내려받는 것도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불가능한 상태다.
무거운 분위기와는 별개로 이날 베이징은 별다른 일 없이 조용한 상황이다. 톈안먼 주변은 통제된 곳을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이 오갔고 민주화 시위와 관련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외신들도 이날 톈안먼 시위를 조명하며 중국과 홍콩의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톈안먼 광장을 볼 수 있는 톈안먼 성루 방문 예약 공식 사이트가 하루 동안 성루를 폐쇄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톈안먼 광장 방문 예약 공식 위챗 앱에서는 예약도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AP통신은 중국이 민주화 시위 35주년을 맞아 보안을 강화함에 따라 톈안먼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 검문소와 경찰 차량 줄이 늘어섰다며 관련 사건에 대한 검열이 심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되는 것은 모두 지워진다고 보도했다.
CNN도 35년 전 톈안먼 시위가 중국 본토에서 가장 민감한 정치적 금기 중 하나로 남아 있고 이에 대한 모든 언급은 엄격하게 검열되며 투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세계 디아스포라 공동체와 망명 생존 시위대는 이 사건을 기념하고 있다며 당시 CNN 기자가 시위를 촬영했던 사진과 영상을 밀반출한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자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등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려던 시민이 연행되기도 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 예술가 산무 천은 허공에 손가락으로 ‘8964’를 한자로 썼다.
그가 숫자를 쓰자마자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 30여명이 곧장 그를 연행해갔다. 8964는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던 1989년 6월 4일을 의미한다.
대만에서는 타이베이 등 주요 도시에서 톈안먼 시위 기념식이 열렸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유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위주의에 자유롭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6·4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