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점찍은 바이오 벤처..."이유 있었네"
by송영두 기자
2021.08.12 16:18:12
대기업, 바이오벤처와 바이오 사업 진출 러시
CJ-천랩, 오리온-지노믹트리, SK-티움바이오 연합
마이크로바이옴, 암 조기진단 등 성장성 높은 분야
천랩, 지노믹트리, 티움바이오 글로벌 경쟁력에 대기업이 러브콜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대기업들이 바이오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등 방식도 다양하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 오리온(271560), SK(034730)플라즈마, SK케미칼(285130)이 바이오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각각 천랩(311690)(마이크로바이옴), 지노믹트리(228760)(암 조기진단), 티움바이오(321550)(희귀질환치료제), J2H바이오텍(희귀질환치료제)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CJ제일제당은 약 983억원을 투자해 천랩을 인수했고, 오리온은 지노믹트리와 MOU를 맺고 50억원을 투자했다.
SK플라즈마는 신규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1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해 티움바이오를 끌어들였다. SK케미칼은 J2H바이오텍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상장 전 투자 유치(pre-IPO)에도 참여키로 했다.
신약개발기업 HK이노엔을 한국콜마로 떠나보낸 CJ제일제당이 약 3년만에 바이오 사업에 재진출하면서 선택한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평균 23.9% 성장해 2022년 758억 달러(약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한 분야다. 특히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기반 정밀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구축한 이 분야 국내 선도 기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은 150개국 4만3000명 이상의 기업, 학계, 의료계, 정부기관 등의 생명공학연구자들을 수요자로 선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만여 회 이상 논문에 인용되는 등 연구자들에게 정확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생명정보 분석 포털 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천랩을 이끄는 천종식 대표는 미생물 분야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천 대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인 ‘전세계 1% 과학자’에 선정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신약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이 선택한 지노믹트리는 연평균 9% 성장해 2023년 약 186억 달러로 전망되는 분자진단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암 조기진단이 전문영역인데, 미국 이그잭트 사이언스와 독일 에피지노믹스와 함께 유일하게 대장암 조기진단 제품 ‘얼리텍’을 개발했다.
지노믹트리 관계자는 “얼리텍은 미국과 독일 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민감도와 특이도가 동등한 수준이다. 해외 제품은 전체 대변을 분석해야 하지만 우리 제품은 소량의 대변(1~2g)이 필요한 것이 장점”이라며 “검사시간도 26시간 대비 8시간으로 매우 짧고, 검사 비용도 약 20~35만원 정도 저렴해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지노믹트리 얼리텍 대장암 기술을 이전받아 오리온홀딩스 중국 내 합자법인을 통해 13조원 규모 중국 대장암 조기진단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 김윤호 SK플라즈마 대표(왼쪽 두번째)와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사진=SK플라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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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제제 기업인 SK플라즈마가 선택한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 혁신 R&D 센터장 출신으로 국내 1호 바이오신약 앱스틸라(혈우병치료제)를 개발해 기술수출까지 성사시킨 김훈택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와 SK케미칼 출신 핵심 연구인력이 다수 합류한 티움바이오는 희귀질환치료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 및 국내에서 임상 2상중인 자궁내막증 및 자궁근종 치료제 ‘TU2670’은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오릴리사(성분명 엘라골릭스) 대비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TU2218’은 2018년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시에 74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 됐고, 유럽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SK플라즈마는 티움바이오와 희귀질환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 진출에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라면서 “시장성 가장 유망한 분야를 택하고,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바이오 벤처 기업들을 선택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